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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비트코인 (Bitcoin, BTC)


비트코인이라고 다들 들어봤을거다. 비트코인이 한창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을 때가 작년 하반기 경일거다. 왜냐하면 그때 비트코인이 실질적인 지불 수단으로 몇몇 유명 사이트에서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IT덕후들 외 일반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2013년 4월의 대박을 (몇달전엔 1 BTC 에 10달러도 안하던게 200달러를 넘어감) 교훈삼아 중국, 인도 등의 자금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11월 1000 달러/BTC 를 넘어갔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런 기사도 나면서 비트코인은 마치 신종 대박 금융상품처럼 관심을 끌게 되었다. 사실 저 기사의 주인공은 투자라기보다 그냥 신기해서 좀 사놓고 잊어버리고 있었을텐데 말이지. 가치가 오를거라는 기사를 읽고 투자를 했다면 꼴랑 2만원 투자했겠나?


나도 저때 땅을 쳤다! 왜냐하면 비트코인 초창기 시절 (아마도 2010년 경이었던 것 같다) 기억 안나는 모 매체를 통해서 비트코인이라는게 있다는 것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조금 읽어보다가 무슨 신종 인터넷 사기인줄로만 알고 잊어버렸는데, 그때 복잡한 절차를 뚫고 조금이라도 구입했거나 채굴을 했다면 지금 차한대는 뽑지 않았을까 싶은데! 사실 지금도 사기성이 약간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작년 11월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찍었을때 비트코인을 조금 샀다가 돈 날리는 바보짓을 했다... 원래 뭐든 남들이 한다고 할때는 하는게 아닌데, 레슨비 싸게 내고 배웠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상 주식같은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본래의 화폐로서의 이용 측면에서는 별 인지도가 없는 비트코인. 이미 한글로 되어 있는 좋은 글들이 많고, 한국에서도 쉽게 비트코인 거래가 가능한 곳 (Korbit) 도 진작에 생겼지만, 나름 종합적인 측면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기술해보고자 한다.


비트코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동작하는가? 비트코인이 우리한테 어떤 영향을 주는가? 후자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고, 전자는 비교적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솔직히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어떤 사람이 (또는 사람들) 2008년 인터넷에 공개한 논문을 기반으로 만든 P2P 전자암호화폐 (크립토코인 cryptocoin)' 이런식으로 두리뭉실하게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본문을 읽고 정확히 이해할만한 사람은 관련 전공자 또는 IT 매니아 밖에 없을 테니까... (게다가 영어로 되어 있다.)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암호화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한다. 공개키는 뭔지, 개인키는 뭔지 등. 난 봐도 잘 모르겠더라... 사실 이미 많은 정보가 인터넷에 있지만, 죄다 영어라.. 한글로 된 설명을 하고싶다는 것이 이 글을 작성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이 사이트에서 따온 그림을 참고하여 대충이나마 이해해볼 수 있다.



전자화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위조를 막는것인데, 다르게 말하면 이중사용을 방지하는 것이다. 내가 친구에게 1 BTC (비트코인 단위) 를 보냈다고 치자. 비트코인은 어디까지나 파일이므로 파일을 전송하는 행위가 곧 돈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내 파일을 친구한테 복사해줬을 뿐이므로 내가 다른 친구한테 또 복사해주면 되지 않을까?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트코인 시스템은 모든 유저에게 모든 사람의 거래 내역을 공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지 빡세게 암호화 시켜서). 하지만, 매 거래마다 새로운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어서 그 지갑을 보내고, 그 지갑도 누구 것인지 전혀 유추할 수 없는 랜덤한 글자 나열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내 비트코인 지갑의 주소는 14yAjuGX8UbnQfg1h1Y6VRLEfiAB9WTik1 이다) 진정한 의미로 공개된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똑같은 지갑을 다시 보낼 수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지갑이라고 해서 평소에 갖고 다니는 지갑 또는 은행 계좌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워 지는 것 같고, 단지 비트코인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주머니 같은 것이라고 이해해야 할 듯 하다.


그렇다면 역대 모든 거래가 하나의 리스트로 관리된다는 이야기 처럼 들리는데, 그러면 데이터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에서 차용하는 방식이 해쉬 함수다 (hash function). 어떤 값을 해쉬 함수에 집어넣으면 해쉬값이라는 것을 뱉어내는데, 인풋(집어넣은 값)을 살짝만 바꿔도 해쉬값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해쉬값에서 인풋을 역추적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런 힌트 없이 비밀번호 때려맞추듯 넣을 수 있는 모든값을 넣어서 운좋게 그 해쉬값이 나올 때 까지 노가다 해야 한다.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은 역대 모든 거래 데이터를 해쉬함수에 통과시킨 해쉬값이다. 새로운 거래가 발생하면, 다른 비트코인 유저들이 그 거래를 이전 해쉬값에 더하고 그걸 해쉬 함수에 다시 집어넣어 비트코인 시스템이 요구하는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해쉬값을 얻어내야 한다. 그런데 원하는 해쉬값이 그냥 나오지 않으므로 논스 (nonce) 라는 임의의 값을 또 더해서 해쉬함수에 넣어야 하는데, 어떤 논스 값이 특정 조건을 만족할지 모르므로 논스 값을 운좋게 원하는 해쉬값이 나올 때 까지 개 노가다로 일이삼사오육칠팔 바꿔봐야 한다.


누군가 비트코인을 다른사람한테 보냈다면, 위 과정을 거쳐서 누가 운좋게 해쉬값을 얻어내야만 이 새로운 거래가 기존 거래 내역에 새롭게 추가되는 것이고, 이를 검증 (confirmation) 이라고 한다. 거래가 3회 검증되기 전에는 송금이 확정되지 않고, 돈 받기로 한 사람은 기다려야 한다. 비트코인 시스템이 편리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런 검증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온라인 송금하는데 한시간 기다려야 된다고 생각해봐라), 이 과정은 굉장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한다. 비트코인은 특이하게도 이런 과정을 전담하는 중앙 기관이 없이,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토렌트 시딩 하듯이)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래서 비트코인이 P2P 베이스 라는 것이다.


이제 방금 돈을 보낸 사람이 아직 컴퓨터에 파일로 남아있는 비트코인 지갑으로 이중사용을 하고 싶다고 하면 본인이 직접 아까 검증에 사용된 논스 값을 찾아내서 전체 데이터를 어떻게든 조작해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빡세고, 이미 자기 이후에 일어난 거래들이 또 검증되어서 덮어씌워졌기 때문에 해쉬값 역추적을 여러번 해야 한다. 그러므로 조작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물론 거래 하나하나 를 다 따로 검증하는 것은 아니고, 최근에 일어난 여러개의 거래 내역을 묶어서 (이것을 블락 block 이라고 함) 처리하게 된다. 하나의 블락을 검증하게 되면 (즉 nonce 값을 찾아내면) 흔히 하나의 블락을 풀었음 (solved a block) 이라고 한다. 이 블락은 기존의 거래내역에 추가되는 것이고, 역대 모든 거래내역이 주루룩 이어져 있는 암호화 데이터를 블락 체인 (block chain) 이라고 한다.


그리고, 유저들한테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 댓가로, 해쉬값을 얻어낸 사람한테 (검증해준 사람 또는 블락을 푼 사람) 그 공로를 (검증) 인정해서 새로운 비트코인을 발행해준다. (뭐?) 그래서 그 검증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비트코인 채굴 (Bitcoin mining) 이라고 한다.




(아하하... 1900년경 우리나라에서 사금 채취하던 모습이란다...)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해보자.


비트코인 채굴은 점점 어려워지게 설계되어 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을 설계할 때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고정된 양의 비트코인만을 발행하도록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처음에 통화량이 적을 때는 비트코인을 많이 발행하고 검증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채굴 (검증과정) 난이도를 낮게 설정하지만, 통화량이 많아지면 더 발행할 필요도 적어지고 검증에 기여하는 사람도 많아지기 때문에 채굴 난이도를 높여서 속도를 제한시킨다 (1시간당 6블락 -> 따라서 1블락에는 최근 10분간의 거래내역이 포함됨). 채굴에 따른 보상도 점점 줄어들게 되어 있다. 21만 블락이 풀리면 보상이 반씩 줄어든다. 대략 4년에 반씩 줄어드는 셈. 지금은 1블락당 25 BTC.


따라서 비트코인 초창기면 몰라도, 지금은 개인이 돈좀 벌어보겠다고 비트코인 채굴 해가지고는 전기비도 안나온다. 실제로 작년에 채굴을 해보려고 했을 때 찾아본 바로는 전기비를 안내도 되는 기숙사 같은 환경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글을 보기도 했다. 최초에는 거래 내역이 적아서 해쉬값 자체도 작았는지, 일반 컴퓨터 cpu 로도 마이닝이 가능했다. 그런데 채굴 보상이 작아지고 더 많은 노가다를 필요로 하게 되면서 누군가 그래픽카드 gpu 로 마이닝을 하면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을 찾아냈다. 그래서 한동안 gpu 로 사람들이 마이닝을 하다가, 지금은 비트코인 채굴 전용 하드웨어를 (ASIC, FPGA 이런거 있다) 제작해서 사용하거나 판매한다. 아예 사업처럼 빡세게 설비 갖추고 전문 채굴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새는 비트코인은 너무 빡세서 개인들은 라이트코인 같은 다른 크립토코인을 마이닝한다 (다른 크립토코인 얘기는 뒤에..).


그런데 무서운 점은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가다를 했던, 보상은 결국 해쉬값을 찾아낸 럭키가이한테 돌아가기 때문에 (그래서 채굴이라고 하는거다 운빨), 그룹을 만들어서 (mining pool 이라고 함) 단체로 채굴을 해서 누군가 해쉬값을 찾아내면 보상으로 받는 비트코인을 n빵하는게 대세다. 개인이 PC로 후즐근하게 채굴해서 (느림) 운좋게 해쉬값을 찾아낼 확률은 0에 가깝기 때문에 뭉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으로 이런 곳이 있다. 본인이 맞춘지 4년된 꼬진 PC로 작년에 몇주일 채굴 해본 결과 대략 천원도 못벌음.... 혹시나 컴퓨터 그래픽카드가 좋은거라서 한번 도전해보고자 하는 사람은 여기서 본인 그래픽카드가 얼마나 빠른지 찾아보도록 하자. (비트코인은 아니고 라이트코인 용인데, 비트코인은 이미 고갈됐다고 생각하자) 채굴 하는것도 그냥 클라이언트만 있으면 되는건 아니고,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알아서 찾아보길 바라고, 참고로 nVidia 보다 AMD 그래픽카드가 더 빨랐다가 요새는 비슷해졌다.



이정도 까지가 비트코인이 동작하는 방식들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돈이라는 것은 어떠한 실물가치를 가진 (예를 들면 빵 같은) 물건 또는 서비스와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것인데, 그 화폐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기여한 사람들한테 선착순으로 배부한다는 것이? (왜냐면 초기에 채굴 한사람들한테 비트코인이 몰빵되기 때문) 비트코인이 많이 활성화 되어서 실제 경제에 편입되게 된다면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초기에 비트코인을 사거나 채굴했던 사람들이다 (옛날에 팔아치웠지 않는 이상). 이것이 내가 비트코인을 몇년 전 처음 봤을 때 말도 안되는 인터넷 사기고 금방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다. 지금도 일종의 '기존 경제를 엎어버리고 새로운 부의 서열을 만들고 싶은 IT 고수들의 계략'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난 지금의 화폐 경제도 (fiat money 라고 하는 금본위제가 아닌 기축통화 어쩌구 해서 달러 막 찍어내는 시스템) 잘 이해가 안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비트코인 또는 유사한 크립토코인들이 (익명성이나 무국적성은 마음에 들어도) 딱히 정의로와 보이지도 않는다. 중앙통제가 전혀 없는 추적도 불가능한 완전한 익명성의 아나키즘적 경제 금융을 꿈꾸는 것인데, 현재의 경제체제에 그대로 적용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면 난립하고 있는 유사 크립토코인에 대한 얘기도 해보자.



(ㅋㅋㅋ 실제 존재하는 Dogecoin 이라는 크립토코인이다)


처음에 사토시 나카모토가 단 하나의 글로벌한 화폐를 꿈꾸고 비트코인을 제안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수많은 비슷한 원리의 (개발자 본인들은 굉장히 진보했다고 주장하는) 유사 크립토코인이 난무하고 있고, 지구상 수많은 화폐 간에 환율이 있는 것 처럼 크립토코인 환율 차트가 있는 판국이다.


위 링크에서 굵은 글씨로 보여지는 BTC, LTC, NBT, DOGE, PPC, PTS, BTSX 등등 전부다 크립토코인이다.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는 당연 비트코인, 그리고 라이트코인 (Litecoin), 다지코인 (Dogecoin 위 그림..ㅋㅋ) 등이 있다. 자세히는 몰라도 비트코인 이외 다른 코인들이 내세우는 장점으로는 프라이버시나 보안성이 보강되었다거나 (실제로 비트코인이 해킹당한 사례가 있기 때문) 통화량이 더 많다거나 (비트코인이 하도 비싸져서, 단위가 0.0001 BTC 이러니까 불편함), 채굴 보상을 좀 더 후하게 준다거나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등이 있다. 근본적인 메커니즘은 비트코인과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고, 해쉬 함수를 좀 바꿨다거나 하는 등의 변형을 가한것으로 알고 있다. 비트코인이 오픈소스라서 이런 일이 생겼다.


이중 일부는 비트코인과 나름 비슷한 인지도를 쌓아서 인터넷 도박장같은데서 돈으로 받아주고 하기 때문에 그렇다 치지만, 대부분은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없고, 비트코인에 비하면 가치도 터무니없이 낮다. 하지만 후발 채굴자들이 어떻게든 뚫어보고자 새로운 크립토코인에 눈을 돌리는 재미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런 유사 크립토코인들이 돌아가는 것 같다.


이런 크립토코인들 사이의 환율이라는 것은 도무지 나로서는 (심지어 왜 환전을 하는지도) 이해가 안되지만, 애초에 환전량 자체가 하루에 한건 있을까 말까한 것들도 있기 때문에 아직은 논하기 시기상조인 것 같다. 다만 지금 메이저한 코인들의 경쟁 구도가 어찌 될지는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이, 비트코인이 미국과 유럽권의 주도로 떴다면, 라이트코인은 중국 계열이라고 볼 수 있다 (개발자가 중국인).



비트코인이 화폐로 이용될 수 있을까?


현재 비트코인은 (또는 다른 크립토코인) 달러만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서 구입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Korbit 이라는 곳에서 원화-BTC 의 직접적인 환전 서비스를 해주고 있는데, 이분들 덕택에 기존의 복잡했던 (해외송금. 몇년전엔 본인확인을 위해 여권 사본을 요구하기도.. 요새는 신용카드도 되는 것 같지만) 구매절차가 간단해졌다. (그래서 내가 몇만원을 간단히 날렸다) 이곳은 비트코인 환전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클라이언트 서비스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먹는 약간씩의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다. 이런 서비스의 원조라고 할수 있는 곳이 Mt. Gox 였는데, 문제는 이곳이 올해 초 파산했다는 것이다. ㄷㄷ


http://blog.hani.co.kr/maporiver/58661

http://www.ciokorea.com/news/20196

http://nx.bit.no.com/index.php?url=yIyey7yB1DyXyF1uyJ170U1s1yyA0G1z1xyT1zyB1H1SyPyAy40P1z1z1D17


Mt. Gox 파산의 원인은 해킹이었다. 5300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이 도난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을 일부 언론에서는 '비트코인은 이제 망함' 식으로 보도했는데, 그것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Mt. Gox 비트코인 도난은 Mt. Gox 내부의 환전 시스템의 보안 헛점 때문이었지 비트코인 자체의 보안 헛점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Mt. Gox 는 그냥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환전소 및 거래소일 뿐이지 비트코인 자체를 통제하거나 하는 곳은 아니었기 때문에 Mt. Gox 가 망한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어떻게 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무(無)통제에 기반한 화폐를 일종의 통제된 환전 시스템을 통해 기존 경제와 연결하려는 시도가 위험하다는 것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비트코인을 채굴로 벌지 않는 이상, 달러든 원이든 돈으로 비트코인을 구입해야 하므로 이런 곳이 있어야 된다. 안그러면 비트코인이 대중화 되지 못할 테니까. 여기서 크립토코인의 본질에 어긋나는 맹점이 나오는 것 같다.


크립토코인은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동시에 투명한 (모든 거래내역이 공개되는) 화폐다. 하지만 기존 경제와 엮이게 되면서 지금은 단지 암시장에서 사용하기 위한 돈세탁 용도로 전락한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의 투명성은 화폐 자체의 부정사용을 (이중사용) 방지할 수 있도록 블락체인을 언제라도 검토할 수 있고 그것을 조작할 수 없다는 것에 한정되어 있지, 비트코인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비트코인을 어디다가 쓰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트코인 자체가 화폐로 이용된다기 보다는 어차피 달러를 사용하는데 있어 중간 매체로 익명성만 사용된다는 이야기다. 이래가지고는 통화량을 한정해서 인플레이션을 방지한다느니 하는 기능도 의미없어지는 것 같다. 구체적인 예로는 불법 거래에 (마약, 무기, 인신매매, 청부살인, 불법도박 등) 이용되는 것이다. 딥 웹 (deep web) 이라고 일반 인터넷 브라우저로는 못들어가고 Tor 같은 우회접속 전용 (익명성 보장) 브라우저로만 들어갈 수 있는 무시무시한 사이트들에서는 비트코인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화폐 가치의 불안정성이 너무 심각하다. 글머리에 언급했듯 비트코인은 한때 1000달러를 찍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300달러 대다. 달러 환율이 작년에는 1000원 이었는데 갑자기 올해 300원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건 킹왕짱이긴 하구나. 그럼 반대로 올해 달러 환율이 천원인데, 내년에 이게 3천원이 된다면 어떨까? IMF 때를 생각해보자... (당시 800원 정도하던 달러가 2천원까지 갔었다) 세계 최고였던 일본 경제가 90년대 훅 간것도 시발점은 엔-달러 환율 조정이었다. (플라자 합의를 찾아보자) 아무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화폐의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건 굳이 설명을 안해도...


최근 몇년 비트코인-미국달러 환율의 변동을 보자.




와... 이게 지금 환율 그래프? 테마주 아님? 실제로 Ponzi scheme (폰지 사기수법; 특정 투자대상이 뜬다고 소문내고 자기들도 많이 사가지고 가격을 막 높인 다음에 훅 팔아치우는 고전적인 사기수법) 이 아니냐는 비난도 받았다. 마치 17세기 유럽에 튤립 투기 열풍이 불었을 때의 버블과도 유사하다는 주장도 나온적이 있고 말이다. 한국의 비트코인 시장 상황도 다르지 않다. 1 BTC 당 백만원을 넘어갔었는데, 지금은 30만원대다. 따라서 현재는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보다는 일종의 투기 대상으로 보여지는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만 해도 (10월 6일) 이런 기사가 떴고, 거의 주식이나 마찬가지다. 


한정된 화폐량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방지 (하지만 화폐발행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경제성장 기본 메커니즘 중 하나인데 이게 없어도 되나?) 되어 있다고 해도, 비트코인이 모든 기존 화폐를 대체하지 않는 이상 가치는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나 난립하고 있는 유사 크립토코인들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앞서 비트코인 자체도 아나키즘 적이라고 했지만) 더욱 카오틱한 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 비트코인에 대한 우려가 잘 논의되어 있는 보고서


      


하지만 그래도 비트코인의 밝은 면을 보고 서포트 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이베이 (eBay) 산하 페이팔 (PayPal) 이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한 것이 큰 예다. (기사) 그 이전에도 소규모 가게라던지 (최초의 비트코인 사용가능 식당)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했고 음지에서는 당연히 그 익명성으로 각광을 받고 있었지만, 페이팔 같이 영향력이 큰 (여기저기서 다 지불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는) 곳이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지지자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비트코인에 있어 큰 장점으로 여겨지는 것은 바로 '적은 비용'이다. 실제로 온라인 결제에 있어 현재의 방식은 (신용카드, 온라인계좌이체 등) 필수적으로 은행 또는 카드회사, 그리고 결제 시스템 (써드 파티라고 불리우는) 업체 등이 중간에 끼어있고, 그들이 떼먹는 수수료가 천문학적이다. 또한 복잡한 절차에 따른 보안 비용도 굉장히 높다. 이런 현실을 생각해 보았을 때 비트코인은 정말로 이상적인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다. 단순하게 말했을때 아주 작은 용량의 파일 하나를 전송하는 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보안성도 매우 높은데다 그 암호화 및 데이터 유지 비용을 유저가 분담한다는 장점까지.


하지만 반대로 이런 질문도 생긴다. 지금이야 꾸준히 비트코인을 적절히 보상해 주니까 채굴을 하지, 나중에 가서 원래 설계했던 코인 갯수에 거의 다 도달해서 채굴이 비효율적이라 아무도 안하게 되면? 그러면 비트코인 거래가 불가능해지는데 (아까 말했던대로 송금 완료되는데 몇시간씩 걸린다면) 이것에 대한 대책도 있나? 그래서 거래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


어쩌면 비트코인 자체가 곧 미래의 화폐라기 보다는, 새로운 더 효율적인 화폐 시스템에 대한 힌트를 주는 일종의 과도기적 시스템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은 뭐 투기대상으로 인식되어버려서 완전 정신없어졌기도 하고... 중앙 통제가 없는 화폐 시스템이라고 하니 경제 민주화.... 라는 뜬금없는 키워드도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_- 그건 딴얘기인것 같고. 솔직히 잘 모르겠는 부분이다. 또한 범죄 방지 차원에서 우리사회가 이런 극단적 익명성을 용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마지막으로 이런 미래를 상상해 보기도 한다. 비트코인을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을 때 떠오른 것이 '매스 이펙트'라는 게임에 나오는 'credit' 이라는 화폐다. 물론 게임상 한가지 화폐로 고정시키는게 편해서 그랬겠지만, 어쨌거나 설정상 전 우주의 화폐를 하나로 통일했고, 그에 따른 기존 종족들이 사용하던 화폐를 통폐합 시키는 과정이 어쩌구저쩌구 대충 써있다. 크레딧이 충전되어 있는 지갑을 들고 우주 어디를 가나 결제할 수 있는 것이다. 환전같은거 신경쓰지 않고 어느 나라에 가서나 한가지 화폐로 그냥 결제 할 수 있다면 굉장히 편할텐데. 이전에 본 블로그에서 KY O.N.O가 포스팅 했던 전자지갑 같은 형태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을까? 이미 비트코인을 사고팔수 있는 ATM 기계는 있다. (뭐야 한국에도 있네???) 문제는 비트코인이 매 거래 (transaction) 마다 새로운 비트코인 주소를 만들어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점인데, 물리적 지갑을 내가 직접 들고다니는 상태에서 익명성이라는게 보장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By CGy

https://www.facebook.com/xbluescreenlifex



Reference

http://en.wikipedia.org/wiki/History_of_Bitcoin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10307212g

http://techcrunch.com/2014/10/05/bitcoin-falls-under-300/

https://bitcoin.org/bitcoin.pdf

http://conanoc.egloos.com/viewer/5787060

https://en.bitcoin.it/wiki/Blocks

https://en.bitcoin.it/wiki/Mining_hardware_comparison

https://www.korbit.co.kr/

http://www.cnbc.com/id/101192216#.

http://www.slideshare.net/adalgu/lgbi1262-29-20130813130627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40924150319

http://hashingit.com/analysis/23-the-rewards-for-a-bitcoin-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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