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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음악에 가장 은밀하게, 위대하게 영향을 준 밴드는 디페시 모드? Are Depeche Mode Metal's Biggest Secret Influence?

bslife 2016. 2. 15. 05:31
Rammstein, Converge, Deftones, Dillinger Escape Plan, Lacuna Coil, Mike Shinoda, In Flames, Vador, Between the Buried and me, Marilyn Manson, Sonata Arctica..

위에 나열된 밴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의 음악을 커버해서 앨범에 실은 바 있는 메탈 밴드들입니다. 정통 메탈부터 인더스트리얼, 뉴메탈, 멜로딕 데스, 하드코어, 다 뒤섞은 음악 등 정말 다양합니다. 그런데 기타 사운드도 없는 신스팝(Synth-pop) 밴드 디페시 모드가 어떻게 이렇게 메탈 밴드들이 추앙하는 밴드가 되었을까요? 한국에서는 이 정도로 추앙받지도 않고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Rolling Stone)에 이에 대한 좋은 기사(링크)가 있어서 중요한 부분 위주로 번역해보았습니다. 원 글에 포함된 사진과 영상보다는 더 어울릴 법한 곡과 사진을 넣었습니다.

디페시 모드가 메탈 밴드음악에 미친 영향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디페시 모드가 노래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어두운 감정이 음악의 형식을 넘어서 메탈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26년 전, 디페시 모드는 Violator앨범의 연속되는 싱글, "Personal Jesus," "Enjoy the Silence”, "Policy of Truth”로 엄청난 존재(phenomenon)로 발돋움 합니다. 이 싱글들은 이상하고 컬트적인 마릴린 맨슨, 람슈타인, 컨버지, 그리고 일명 Mr. Power Ballad Himself 새미 헤이거까지 커버한 곡들입니다. 커버곡의 대부분은 Violator 앨범의 수록곡인데 그들의 디페시 모드에 대한 진정한 팬심을 보입니다. 때로는 성대를 찢어버릴 것처럼, 때로는 디페시 모드처럼 저음으로 노래하는 데프톤즈의 보컬 치노 모레노는 팔 안쪽 이두 부분에 Violator 앨범 커버를 문신으로 새기기도 했습니다. 

공연장에서 소녀 팬들이 많이 따라 불렀다는 Blasphemous Rumours


디페시 모드의 가장 싸늘한 분위기의 곡인 1984년도 싱글 Blasphemous Rumours는 10대들의 자살과 죽음에 대해 이렇게 노래합니다. “난 어떠한 신성 모독같은 헛소리는 하고싶지 않아. 하지만 신은 유머 감각이 좀 있는 것 같아. 내가 죽으면 신이 비웃는 걸 보겠지.” 이런 주제는 슬레이어의 God Hates Us All보다도 거의 20년이나 앞선 것으로, 당대 메탈 밴드들을 위한 그런 주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영향력은 Violator의 발매 후 널리 퍼져나갔고, 이 때가 대략 하드락, 메탈 밴드들(또한 향후 약 20년의 메탈을 주도하게 될 밴드들)의 정신 세계에 디페시 모드가 자리잡는 시기입니다. 하드락커중 가장 처음으로 디페시 모드의 곡을 노래한 건 1989년에 액슬 로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액슬 로즈는 밴드(건즈 앤 로지즈)의 취향과 디페시 모드의 희망적인 사랑 노래 Somebody 가사를 잘 버무려서 101 Hollywood premiere 에서 불렀었습니다. 

마릴린 맨슨은 디페시 모드의 공연을 LA에서 본 애정어린 기억이 있고, 데프톤즈의 치노 모레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콘서트가 디페시 모드의 공연이라며 “저는 바리게이트 바로 앞까지 가서 보려고 발악했었어요.”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합니다. ”뭔가가 저에게 발사되어서 제 마음에 꽂히고, 이 음악을 좋아하게 만든 듯해요. 그냥 단순히 그 에너지를 보는 것 만으로도요. 뭔가 달랐어요. 제가 성인이 되어갈 무렵의 가장 좋아하고, 소중한 기억 중 하나에요.” 


데프톤즈의 보컬 치노 모레노의 이두에 새겨진 Violator 앨범 커버의 꽃


피어 팩토리의 보컬이자 Violator 이전부터 원조 팬임을 자청하는 버튼 벨은 “디페시 모드의 보컬 데이브 가안의 목소리는 언제나 매력적이었어요.”라고 합니다. “그는 당시에 유행하던 징징거리는(whiny) 목소리가 아니었어요. 마음 속의 깊은 감정과 결심을 흔드는 목소리에요. 노래 가사보다도 노래하는 방식이 정말 저를 팬으로 만든거에요."

Enjoy the Silence를 커버한 바 있는 일명 "러브-메탈" 밴드 HIM의 보컬 빌레 발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당시에 그 어떤 것과도 달랐어요. 그런 점이 저를 빠져들게 했어요. 디페시 모드의 독특함은 블랙 사바스에 비할 수 있어요. 남들이 하는대로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라는 것을 디페시 모드로부터 배웠어요.  


2004년에 Personal Jesus를 커버하여 많은 인기를 받은 마릴린 맨슨은 “다른 밴드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있어선 디페시 모드는 섹스 어필이 있기 때문에 듣는 음악이에요. 그런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좀 최면을 일으키는 듯 하죠.”라며 개인적인 느낌을 전합니다.

“Personal Jesus”를 커버한 또 다른 아티스트로는 Van Halen의 기타리스트였던 새미 헤이거가 있습니다. 블루지하고, 하드락적인 면을 담은 솔로 앨범 Sammy Hagar & Friends에서 Personal Jesus 커버 곡을 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제가 디페시 모드 팬이라는걸 잘 믿지 못해요. 제 큰 아들 Aaron이 저에게 디페시 모드를 소개했지만, Personal Jesus를 들을 때까지 저는 팬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런 일렉트로닉 밴드가 그런 헤비한 블루스 그루브로 연주를 한다는게 정말 멋있었죠. 그 리프는 항상 저를 사로잡아요."  

마릴린 맨슨의 대표곡 중 하나인 디페시 모드 커버곡 Personal Jesus 



Clean을 커버한 전설적인 하드코어/메탈 밴드 컨버지의 프론트맨 제이콥 배논은 이렇게 말합니다. “디페시 모드의 앨범들은 모두 약간 개인적이기도 하면서 극단적으로 파워풀합니다. 특히 Violator는 미적이면서, 인간의 어두움과 유혹이 양립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두가지가 바로 빡센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의 연결 고리죠. 그런 주제 자체는 근본적으로 같아요. Clean은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깨끗해지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그게 이 곡을 제가 해석하는 바입니다.” 

To Have and to hold와 Sweetest Perfection을 커버했던 데프톤즈의 치노 모레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디페시 모드의 가장 좋아하는 점은 약간 불안정하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주제지만, 그 안에 사랑이 있고, 관계가 있어요. 하지만 행복하거나 밝은 음악은 아니죠.” 치노 모레노는 2013년에 딜린져 이스케이프 플랜과 함께 Behind the Wheel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디페시 모드가 무엇을 노래하는 지는 절대 알 수가 없어요. 절대로 막 드러내지 않아요. 디페시 모드를 들을 때면 그 곡의 분위기와 달려가며 제 과거의 기억과 연결되는 느낌입니다."

치노 모레노는 밴드 멤버들이 빡센 음악의 패러다임에서 나아가 이렇게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것에 아직도 놀랍다고 합니다. 데프톤즈의 기타리스트인 스테판 카펜터는 디페시 모드를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치노 모레노를 만나고 디페시 모드를 듣고나서 팬이 되었다고 합니다. Enjoy the Silence를 커버하여 영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고딕 메탈(Goth-metal) 밴드 라쿠나 코일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우리 음악을 편곡하는 베이시스트 마르코는 디페시 모드 팬은 아니었어요. 그들의 음악을 존중하긴 하지만 팬까지는 아니었죠. 하지만 그 조합은 완벽하게 맞아들었습니다. 몇몇 곡들은 특별한 감정마져 느껴요. 디페시 모드의 소리는 정말 마음을 울려요. 때로는 멜랑꼴리하고요. 약간 고통을 느끼는 걸 좋아하는게 인간의 본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겐 그렇게 느껴져요."

Enjoy the Silence의 커버곡으로도, 라쿠나 코일의 디스코그라피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곡입니다.



람슈타인의 경우에도 디페시 모드를 커버하자고 했을 때 밴드 내에서 반발이 있었습니다. 기타리스트 리하르트는 동독에 자라날 때 이 신스팝 밴드 디페시 모드를 발견했었습니다. 동독에서 음반을 구하기 힘들었지만 TV에서 나오는 People Are People을 보고나서 바로 팬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1998년에 리하르트는 멤버들을 설득하여 람슈타인은 Stripped를 커버하게 됩니다. 람슈타인의 보컬 틸 린데만은, “디페시 모드는 기타가 없는데, 메탈에는 기타가 있어야해요. 그래서 커버하기가 조금 쉽지 않죠.”
(역주: 현재도 라이브에서 Stripped를 자주 연주합니다. 베이시스트가 베이스를 놓고 관중 위를 보트를 타고 다니는, 공연에서 쉼표같은 느낌의 중요한 곡 입니다.)

HIM의 바일 발로는 다시 한번 언급합니다. “디페시 모드의 음악은 어떤 시기나 일시적 유행에 제한되지 않아요. 그게 바로 그 밴드가 독특한 세계와 존재감을 나타내는 마치 마법과도 같은 것이에요. 디페시 모드의 음악은 듣자마자 확 빨려들어가요. 이 황량하고, 회색 빛깔의 우울한 일상에서 음악 안으로 훅 빨려들어갑니다. 그게 바로 디페시 모드의 매력이죠."

람슈타인 뮤직비디오 중 독특하게도 멤버들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데, 곡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영상입니다. 



이렇게 하드락, 메탈 팬들은 디페시 모드에 대한 존경을 표하지만 디페시 모드의 프론트맨 마틴 고어는 그러한 자신들의 큰 영향력에 대해서 약간 상반되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5년 초에 마틴 고어는 롤링스톤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너무나 많은 뮤지션들이 커버를 하겠다고 허락을 구하러 와서 놀란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내가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밴드들이에요. 하지만 전 그냥 하라고 합니다. 제 팬들이니까요. 제 팬이 아니라면 커버하지도 않겠죠. 제가 별로 안좋아하는 장르라고 해서 커버하지 말라고 하는거는 좀 아닌 것 같아요. 메탈 밴드와 수잔 보일.. 하하. (역주: Enjoy the Silence는 수잔 보일과 라쿠나 코일을 포함하여 무려 23개의 커버 곡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희의 그런 영향력에 대해 물어올 때면 제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부분은 이거에요. 수많은 장르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


딜린져 이스케이프 플랜과 치노 모레노가 커버한 디페시 모드의 Behind the wheel입니다. 두 걸출한 보컬의 역량에 비해 약간 아쉬움이 남는 커버지만 디페시 모드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이 진심으로 느껴집니다.


디페시 모드의 원곡 1988년 라이브입니다. 데이브 가안 1인의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합니다.

 



컨트리/락앤롤의 전설적인 아이콘 쟈니 캐쉬(Johnny Cash)가 커버한 Personal Jesus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헤비 뮤직은 아니지만 디페시 모드 커버 곡 중 최고의 곡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쟈니 캐쉬와 디페시 모드 둘의 위대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네요. 





by Core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