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분수 디자인 회사 WET Design
2012년 여수 국제 엑스포에서의 Big O(출처: http://www.davidbirchall.com)
Water Entertainment Technology Design이라는 뜻의 WET Design은 분수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디자인 회사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 그 자체의 특성을 활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사실 트레비 분수라던가 서양의 전통적인 분수는 물이 흐르는 '건축물' 혹은 '조각상' 느낌이죠.
트레비 분수 파노라마 사진(출처: 위키백과)
추억의 명배우 험프리 보가트가 들고 있는 담배의 연기는 처음엔 일정한 흐름이다가 위로 올라가면서 아주 불규칙적인 흐름으로 변합니다. 이렇게 일정한 Laminar flow를 만들어내는 노즐이 Mark Fuller의 대학 졸업 논문 주제였고, 아래 영상의 분수로 발전합니다.
(22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WET Design의 대표적인 분수 중 하나인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Detroit Metropolitan Wayne County Airport)에 있는 분수입니다. 인천 공항에서 직항으로 가는 그 디트로이트 공항입니다. 위에 사진에서 언급한 것처럼 물이 아주 일정한 흐름으로 이동합니다. Mark Fuller는 학부 졸업 후 이 프로젝트를 디즈니에서 계속 이어서 하게 되면서 디즈니 월드의 여전한 구경거리 Leapfrog(아래 영상) 개발에 참여합니다.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월드의 Leapfrog입니다. 몇 년에 생긴건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WET Design이 설립되기 전이니까 1983년 이전에 된 것 같습니다.
이렇듯 Mark Fuller는 WET Design의 핵심 기술을 가진 공학자입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공학자보다는 디자이너라고 부르며, 대학교 때는 전공 수업 외에 다른 수업을 많이 듣다보니 졸업하는 데 5년 반이 걸렸고, 1년짜리 석사 과정도 2년 만에 마쳤다고 합니다. 이렇게 남들보다 늦어졌지만 여러 분야의 수업을 들은 이유는 다방면의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TEDx강연(링크)에서 이것에 대해 좋은 예로 설명했습니다.
"디자인은 여기서 하고, 생산은 저기서 하고, 마케팅은 또 다른 지역에서 하면 비용은 절감될 수 있지만 일의 효율이나 퀄리티는 떨어질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더 가까이 한 도시에, 한 건물에, 한 층에 모여있다면 더욱 효율적일 것입니다. 그 거리를 훨씬 더 좁혀서 한 사람의 머리 안에 그 모든 것들이 다 들어올 수 있다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완전한 번역은 아니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교를 남들보다 늦게 졸업하더라도 많은 것을 배우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덕분에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디자인 회사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주요 작품들
30년이 넘은 이 디자인 회사의 200개가 넘는 작품 중 주요 작품들을 유형별로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앞서 보여드렸던 것처럼 물이 이동하는 분수 만을 만들다가 점점 대형화되고, 이제는 멀티미디어와 결합된 미디어아트적인 대형 분수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www.wetdesign.com)에 가시면 전세계에 퍼져있는 WET Design의 작품들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자체도 굉장히 멋지니 꼭 들어가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1) 공원, 쇼핑몰 분수 - 캐나다 West Edmonton Mall (1985), 미국 버지니아 주 Fairfax Corner(2007)
WET Design은 크고 신기한 작품만 만드는 것은 아니고, 공원이나 쇼핑몰 분수도 많이 제작합니다. 하지만 역시 평범하지만은 않습니다.
2) Laminar Flow 응용 - 그리스 아테네 Private Residence(2004)
그리스엔 WET Design의 분수가 딱 하나밖에 없는데, 어느 Private Residence에 있습니다. *Private Residence라는 단어가 개인 집(별장)이라는 의미도 있고, 사생활이 조금 더 보호되는 호텔같은 의미도 있어서 확실하게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어찌됬든 그리스에 있는 멋진 이 분수는 영상도 찾아볼 수 없고, 공식 홈페이지(링크)에 올라온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지만 언제봐도 신기한 WET Design의 Laminar Flow를 잘 활용한 분수입니다. 사진 상으로 봤을 때 꽤 큰 정원으로 보입니다. 이전 작품들 중 미국 댈러스의 Fountain Place에 있는 작품(아래 영상)과 시카고 Water Tower Place에 있는 것을 활용한 듯 합니다.
WET Design의 가장 초기 작품 중 하나인 Fountain Place(1986)입니다.
시카고의 Water Tower Place의 에스컬레이터 사이 분수(2001)는 실제로는 굉장히 패턴이 다양한데, 적당한 영상을 찾기가 힘드네요.
3) 초대형 분수 - 네덜란드 아쿠아누라 분수(2012),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1998), 두바이 분수(2009)
네덜란드 카슈빌에 있는 Efteling 테마파크에 있는 분수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분수이고, 세계에서는 세번째로 가장 큰 분수입니다.
미국 라스베가스에 있는 벨라지오 호텔을 장식하는 대형 분수입니다. 지금도 라스베가스 볼거리를 대표하는 유명한 분수로 약 1만평(8에이커)의 인공 호수에 지어진 세계에서 두번째 큰 분수입니다. WET Design에서 올린 공식 영상(링크)도 있지만 본 영상이 더 잘 보여줍니다.
WET Design 지사가 있기도 한 두바이 버즈 칼리파에 있는 두바이 분수(The Dubai Fountain)입니다. 약 4만평(32에이커) 크기의 인공 호수에 지어진 세계에서 제일 큰 분수입니다. 약 2,500억원의 공사 비용이 들었다고 합니다.
4) 국제 행사용 분수 -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2002), 소치 동계올림픽(2014)
우리에게는 안톤 오노 선수의 부정행위로 기억되는 2002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성화대 디자인에도 WET Design이 참여했습니다. 성화대가 워낙 커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래 사진을 보시면 벽을 따라 물이 흐르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적당한 영상을 찾을 수는 없네요..
해프닝이 많았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성화대 주변의 분수도 WET Design의 작품입니다.
4. 한국과의 인연
한국에는 맨 처음에 잠깐 소개했던 Big O를 비롯해 총 6개의 WET Design 분수가 있습니다.
1) 서울 - 포스코센터 (1995)
테헤란로에 포스코센터가 생기면서 우리 나라에 WET Design의 분수가 처음 들어왔습니다. 이제 20년이 되었네요.
2) 서울 - 삼성생명 태평로 분수 광장(1998)
처음 설치되었을 당시로 추정되는 사진이 WET Design 홈페이지에 올라와있습니다. 요즘엔 여름철에 주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이죠.
3) 제주 - 산지천 분수(2002)
제주도에 있는 산지천 음악 분수입니다. 아이들이 재밌게 놀고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네요.
많은 사랑을 받은 분수지만 안타까운 소식도 있습니다. 유지 관리비가 비싸서 철거한다고 합니다..
4) 화성시 - 메타폴리스 분수
앞서 주로 보여드린 일직선의 곧은 Laminar Flow 분수도 멋지지만 물을 흩뜨리는 것도 정말 멋있게 잘 하네요.
5) 여수 - Big O
2012 여수 국제 엑스포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Big O입니다. 이 작품은 WET Design에게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지어진 물로 만든 스크린(Water Curtain)중 가장 큰 작품이었고, 이렇게 멀티미디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작품은 WET Design에게도 처음이었습니다.
6) 부산 -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여기서도 귀여운 아이가 재밌게 노네요.
*수정: silliest@naver.com 님께서 댓글로 제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내용을 짚어주셨습니다.
"1. 포스코센터 분수는 수년전 철거되었고, 3.산지천 분수도 철거되었으며, 5. 여수 Big-O 분수는 ; O구조물에 있는 Big-O분수는 WET사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공중 구조물에는 3D노즐분수ᆞ워터스크린분수ᆞ안개분수 등 3종류가 설치되었는데 제품제작ᆞ시공ᆞ연출 등을 한국업체가 하였으며.. 해수면에 설치된 해상분수도 분수 기자재는 WET사가 공급했으나 고난이도가 수반되는 시공 또한 한국업체가 하였음을 설명드립니다."
피드백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5. 사내 문화
그렇다면 이 멋진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미국의 대표적인 구인구직 사이트인 glassdoor.com에서의 후기를 바탕으로 간접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별 다섯개 만점으로 총 평점/친구에게 추천할건지/CEO 지지율(대통령 지지율같은) 등으로 평가를 하고, 후기도 남깁니다. WET Design의 평가(링크)는 평균 3.5, 친구에게 추천:67%, CEO 지지율: 75%입니다.
약간 다르게 말해서, 평균 70점, 직원 3명 중 2명은 친구에게 회사를 추천함, 직원 4명 중 3명은 CEO를 믿고 지지함이라고 생각하시면 더 빠르게 이해될 것 같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인기 많은 회사들에 비하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실제 리뷰를 보면 좋은 내용들이 대부분 입니다. 몇몇 극단적인 평가가 점수를 깎아먹는 것 같습니다.
점수가 높게 책정된 이유는 아무래도 이 분야 최고의 업계이다 보니 보고 배울 점이 많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가 접목되는 만큼 의사소통도 중요한데, 의사소통도 굉장히 잘 된다고 합니다. 회사 안에 운동 시설도 잘 되어있고, 일터가 주는 만족감도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단점은, 아무리 업계 1위의 회사라도 현금 흐름이 워낙 불규칙적이라서 여러가지 스트레스가 있다고 합니다. 부족한 예산으로 일을 진행하는건 모두를 힘들게 하죠. 초기에 예산을 책정하고, 계획대로 진행시켜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약간 부족함이 있어 보입니다.
Mark Fuller가 직접 회사 내부를 소개하는 2011년 영상입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 보여주기 좋은 편향된 영상이겠지만 회사 내부를 볼 수 있어서 재밌네요. WET Design의 페이스북 페이지(링크)에 가시면 직원들의 할로윈 파티, 회사 내부 등 일상적인 사진들의 많이 올라옵니다.
6. 여담
- Big Brain Theory의 심사 위원으로 나온 Mark Fuller.
Mark Fuller는 디스커버리 채널의 Big Brain Theory라는 공학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나왔습니다. 각종 미션을 공학적으로 해결해내는 프로그램입니다. 의도는 참신하고 좋았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공대생인 제가 봐도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시즌1만에 사라졌습니다. Mark Fuller는 공학적인 원리를 설명하고, 디자인을 크리틱하는 역할이었습니다.
- WET Design 공식 홈페이지(링크)
제가 이 회사를 처음 알게 되고, 처음 홈페이지를 들어가보았던 것이 5년 전인 2010년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때의 홈페이지와 지금의 홈페이지가 같은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웹사이트의 과거 모습을 추적해볼 수 있는 archive.org에서 검색을 해보니 2009년 말부터 지금의 형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약간 유행이 지난 형식을 사용하고 있고,(배경 음악, 전체 화면, 플래쉬 사용 등) 배경음악 마저도 여전히 동일한데, 촌스럽지 않고, WET Design의 작품들을 아주 잘 보여주는 홈페이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y Core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