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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y

근성의 뉴메탈 밴드들



으어. 까놓고 말하겠다. 2000년 경 내가 메탈이라고 부를만한 음악을 처음 접하고 좋아했던게 울트라맨이야였다. 그리고 중학교 시절 듣던 음악은 국내 인디 조금을 제외하고는 콘 슬립낫 림프비즈킷 린킨파크 RATM 으로 점철되어 있다. (슬립낫이 최고인줄 알았다...) 메탈리카 메가데스 슬레이어 등등 있는줄 몰랐던건 아닌데, 애초에 헤비함을 강조한 프로듀싱에 길들여져서 당시 메인스트림이던 뉴메탈만 줄창 들었다. 즉 나에게는 메탈=뉴메탈 이나 마찬가지였고 ㅋㅋ 그당시의 잘못된 용어사용이 퍼지는 바람에 뉴메탈이 하드코어인줄 알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그게 그때 유행하던 뉴메탈이라는 거였구나 하고 누구나 알고, 아직 대형 밴드들은 남아있고 장사도 아마 잘 되긴 할건데, 그때의 흥은 전혀 못내는것 같다. 반면에 뉴메탈 딱지를 떼버리고 레전드가 되버린 데프톤즈라는 밴드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크게 성공한 팀들 이외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수많은 팀들은 대부분 기억에서 잊혀갔다. 분명히 성공적인 앨범을 냈는데도 훅 가버린 팀들도 많이 있었다. 가끔 옛날에 듣던 앨범들을 들으며 (여전히 좋다) 중2병의 추억에 잠기곤 한다.


그런데 최근 몇년 사이 망한 줄만 알았던 팀들이 근성으로 살아남아 인터넷의 힘으로 다시 알려지는 것을 보면서 (그것도 좋은 결과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 근성가이들을 몇 소개하는 포스팅을 해볼까 한다. 그냥 내가 관심이 없어서 몰랐나.



1. Ill Nino

일니뇨라고 들어봤나? 



(으아... 노래 가사 비주얼 모든게 너무나도 뉴메탈 스럽다...)


밴드 초창기 인기는 굉장했다. 위키를 찾아보니 장장 19개월 동안 투어를 돌았다고 하는데, 영화 OST에도 많이 수록되고 제대로 뽑아먹었다. 컨셉도 확실하다. 라틴 퍼커션하고 라틴 기타 주자를 따로 영입해가지고 '라틴 메탈'로 어필되었다. 그런데 2집, 3집 (메이저 마지막 앨범) 으로 가면서 노래가 천편일률적으로 변하고 말랑해지면서 (당시 좀 떳다 하는 뉴메탈 밴드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었음) 점점 인기가 줄어들더니, 메이저 계약 끝나고서는 잊혀져 버렸다.


아니 그런데 이팀이 무려 빅토리 레코드와 2010년 계약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번에 나온 앨범이 빅토리에서 나오는 세번째 앨범이다. 이 기간동안 밴드가 어땠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관심이 없었으니까. 첫번째 두번째 앨범을 대충 체크해보니 첫번째껀 좀 괜찮았던거 같은데 두번째는 그저 그런것 같다.. 열심히 했겠지만, 별 언급이 없는걸 보니 역시 메이저 시절의 화려함은 없었겠지. 그러다 절치부심의 새 앨범이 나왔다.



으아니 이것은! 뉴메탈의 장점이 무엇인가? 그야말로 그때 유행하는거 잘 줏어다가 자기껄로 만드는 것이다. 요새 유행했던게 무엇인가? 일렉트로닉, 젠트, 브렉다운, 박자꼬기 이런것들 아닌가? 적절히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두둥두두둥두두둥둥 신나다가 적절히 새로운 요소를 삽입하면서 다시 주목받는 듯 하다. 물론 옛날만 못하다는 평도 많지만 아씨 뭐 어쩌라고. 이정도 결과물을 다시 내주는게 어디야.



2. (hed) p.e.



이팀도 참 멋졌다. 당시 범람했던 소위 랩메탈 밴드 중에서 가장 힙합적인 흥이 살아있는 밴드였던 것 같다. 1,2집은 요즘도 가끔 들을만큼 명작이었는데, 충격의 3집을 (개똥반) 기점으로 핵심멤버 (보컬, 베이스, DJ) 이외 모두 바뀌는 혼란의 시기를 겪었나 보다. (난 3집 이후로 망한줄 알았다) 그러다 우연히 모 블로그에서 이들이 근성으로 살아있었고 멋진 음악을 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을 때 아주 기뻤다. (참고: http://villainssound.kr/wp/vs01/?p=1519)



(와 비주얼은 열라 구려지긴 했는데... 빡세고 좋다잉)


최근에 Evolution 이라고 앨범 또 내긴 했는데.. 솔직히 음악은 다시 구려진것 같긴 하다. (하지만 3집의 그 애매모호한 것보단 나음) 나원참. ㅋㅋ 그래도 보컬형의 파이팅은 살아있다. 도대체 2014년에 먹힐리 전혀 없는 음악을 고수하고 있는데.. 그 근성이 매력적인 밴드다.



3. Sevendust


아 내가 좋아하는 세븐더스트.



세븐더스트는 그 난립했던 뉴메탈 밴드들 사이에서도 나름 독보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팀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헤비한 그루브에 소울풀한 흑형 보컬이 얹혀서, 그렇게 빡세지는 않지만 클린보컬 위주의 멋진 곡들이 많았다. X-Mas Day 라는 노래는 Max 컴필레이션 앨범 (옛날에 막 맥스 십몇집 이렇게 나오던 팝송 컴필레이션) 에도 나올 정도로 발라드 트랙은 제대로 발라드였다. 보컬이 되니까.


하지만 이팀도 뉴메탈 유행 끝나면서 훅 가게 되는데, 설상가상 투어 도중 작곡 핵심인 기타 Clint Lowery 가 Dark New Day 라는 프로젝트 밴드를 하겠다며 나가버렸고 (다크뉴데이도 개좋음) 레이블이 파산하면서 재정상 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Clint Lowery 없이 몇년을 활동하고 (암흑 시기), 다크뉴데이가 망하자 Clint Lowery가 돌아왔는데 이때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것 같다.



오오.. 그리고 드디어 작년에 나온 Black Out The Sun 앨범과 올해 나온 어쿠스틱 앨범 Time Travelers & Bonfires (신곡 몇개와 기존곡 몇개의 어쿠스틱 버전 수록) 원투펀치로 개간지로 돌아왔다. 그루브가 약간 촌시러워진 것도 같으나.. 이정도 파워에 죽이는 멜로디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개인 취향이지만, 근 몇년 많이 들리는 미성(?) 클린보컬보다 이런 파워풀한 목소리가 백배는 멋있는 것 같다. 흑형이 최고다.



앞서 옛날 뉴메탈이 하드코어라고 잘못 알려졌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런 팀들을 보면 비록 음악은 뉴메탈로 치부될 지라도 애티튜드 만큼은 하드코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드코어가 꼭 음악으로 정의된다기 보다는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인데, 이런 팀들은 초창기 급작스런 성공으로 락스타가 되긴 했으나 그 이후 급격한 몰락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인디씬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면서 근성으로 올라온 것을 보면 리스펙트 받아 마땅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뭐 특정 장르가 붐 타면서 (마케팅) 함량 미달인 밴드들이 범람하면서 결국 평가절하 되는게 하루이틀 일인가? 결국에는 진짜배기, 근성가이들만 남는다. 반면에, 난 그냥 반짝 뜬 뉴메탈 밴드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역사가 있는 진짜배기 하드코어 밴드인줄 아주아주 뒤늦게 안 적도 있었더랬다... 그런 팀들도 나중에 함 모아서 정리해볼 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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