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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L Review

Deftones의 암흑기 - Deftones 정규 4집 리뷰



BSL의 Today’s track에 여러번 소개되고 여러 포스팅에 언급되었던, 그리고 BSL 멤버들이 모두 좋아하는 밴드 Deftones의 정규 4집 앨범 ‘Deftones’를 리뷰하고자 합니다. Deftones는 2016년 4월 8일에 정규 8집 발매를 앞두고 있으니 약 13년 전인 2003년 5월에 발매된 4집 앨범을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평단의 평가가 나쁘진 않았고, 판매량도 50만장 이상을 의미하는 Gold도 받은 수작이지만 팬들에게 그다지 회자되는 앨범은 아닙니다. 하지만 앨범명이 무려 자신들의 이름인 'Deftones'이고, 무엇보다도 이 앨범의 특징은 다른 앨범들과는 극명하게 구분되는 몇 가지 요소들입니다. 그 요소들에 집중해서 리뷰해보려 합니다. 




0. 시대적 배경 - 최고의 앨범 White Pony 앨범의 바로 다음 앨범

한국 뉴스쿨 하드코어의 대들보 바세린(Vassline)의 Assassin of Death 뮤직비디오에서 Deftones의 White Pony 티셔츠를 입고있는 보컬 신우석씨. Deftones가 2009년에 첫 내한 공연을 했을 때 대한민국의 코어 계열 밴드들이 거의 다 모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도 영향을 많이 끼쳤습니다



2000년에 발매된 Deftones의 3집 White Pony는 아직까지도 많이 회자되며 굉장한 리스펙트를 받는 앨범입니다. 1, 2집에서 보여준 공격성과 어두움을 유지하면서 감성적이고, 넒은 공간감이 잘 어우러진 창의적인 명반이었습니다. 지금 들어봐도 정말 대단한 앨범입니다. 사실 White Pony는 1집 기준으로는 5년 후에 발매된 것이지만 밴드가 결성된 1988년 기준으로는 12년만에 나온 앨범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언급한 1만 시간의 법칙과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White Pony는 굉장히 피곤한 작업 끝에 나온 음반이었습니다. 1, 2집은 사실 고심끝에 나온 앨범이라기보단 그동안 즐겨하던 것들을 재밌게 만든 앨범입니다. 특히 2집은 그동안 생각하던 아이디어들을 1집 투어 후에 약 한달 만에 후다닥 만들었습니다.(참고) 반면에 3집 부터는 더 프로페셔널하게 앨범 작업에 임하게 됩니다. 

더 좋은 앨범을 만들기 위해 메탈 광 기타리스트 Stephen Carpenter와 감성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보컬 Chino Moreno는 충돌과 타협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제작 과정에서 많이 지쳤다고 합니다.(아무리 오랜 친구사이이고, 밴드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지만요.) Deftones는 White Pony로 인해 어마어마한 주목과 찬사를 받으며 장기간의 투어를 하게 되고, 이는 과도한 피로 누적으로 이어집니다. 투어 후에 지친 멤버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각각 떨어져 지내게 되는데, 이런 피로와 부담감은 Deftones가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피곤한 상태에서 만든 4집에서는 충돌을 피하고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서로의 것들을 섞게 됩니다. Stephen은 이번 앨범(4집)은 좀 쉽게 가고싶다고 말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White Pony로 성공을 맛본 레코드사는 앨범 작업에 참견하기 시작합니다.(참고)



1. 앨범 자켓과 CD 디자인



좌측 상단부터 Deftones의 1집부터 8집(발매 예정) 앨범 자켓입니다. 앨범 자켓에서 항상 간결하고 미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던 Deftones였는데 4집 디자인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어둡습니다. 그동안 발매된 Deftones의 정규 앨범을 모두 나열해봐도 4집의 앨범 커버는 확연히 구별이 됩니다.


  




 좌측 상단부터 순서대로 1집부터 7집까지 정규앨범의 시디 디자인입니다. 시디도 마찬가지입니다. 4집만 유별나게 강렬하고, 시디 전체에 시뻘건 장미를 우겨넣은 듯한 느낌이네요. 간결함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음악을 들어보기도 전에 불안감부터 생기는 앨범 디자인입니다. 




2. 음악 스타일

뉴메탈 밴드들이 각자의 개성이 강했듯이 Deftones도 단순히 뉴메탈 밴드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많이 부족합니다. 다른 뉴메탈 밴드들과 차별점이라면 아무래도 청자의 내면을 울리는 어두움이라고나 할까요? 뉴메탈계의 라디오헤드라는 표현처럼 안쪽으로 향하는 음울함, 멜랑꼴리한 감성이 Deftones 음악의 큰 특징입니다. 어두움이 밖으로 향하는 Korn, Slipknot, Otep 등의 밴드들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많은 실험을 했지만 대 성공을 거둔 앨범, White Pony의 수록곡 Digital Bath입니다. 최고의 시기에 나온 뮤직비디오인데, 마치 좋았던 과거를 회상하는 역설적인 느낌입니다. 점점 유명해지다가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밴드로 입지를 굳혀가던 때였는데 말이죠. Deftones는 이런식의 특유의 어두움이 전반적으로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4집 'Deftones' 앨범은 그런 어두움이 훨씬 더 불안정하고, 어둡고, 위험해진 느낌입니다. 1, 2, 3집에도 공격적인 곡이 많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수록곡을 보면 When Girls Telephone Buys('여자애들이 남자애들에게 전화할 때'지만 다시는 보기 싫다며 스크리밍), Battle-Axe('전투 도끼'), Anniversary of an Uninteresting Event('별 관심 없는 이벤트 기념일') 등 분노와 냉소가 지배적입니다. 

4집에서 가장 멋있는 곡 중 하나인 Hexagram 라이브 영상입니다. 데프톤즈에게 기대하는 곡 스타일입니다. 본 영상은 앨범 발매 직후인 6월에 있었던 라이브입니다.



매트릭스 2: 리로디드의 OST 수록곡인 Lucky You입니다. Deftones의 어느 곡보다도 전자음이 강조된 곡입니다. 

앞서서 Deftones를 Radiohead에 비유했는데, Radiohead가 최고의 평가를 받은 OK Computer 후속 앨범인 Kid A에서 전자음을 많이 차용했던 것을 연상시키네요.   




3. 앨범 발매 후 멤버들의 외형적 변화


앨범이 발매된 후 약 6개월 후의 영상입니다. TV에 나오는데 전혀 정돈 되지 않은 모습과, 엄청나게 살이 찐 Chino와 Chi는 너무나 폐인처럼 보입니다. Bloody Cape가 당시에 공연에서 자주 하던 곡이긴 하지만, 이렇게 TV에 나와서 싱글도 아닌 이런 공격적인 곡을 한다는 것..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작 요즘엔 이 곡 라이브로 잘 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앨범이 발매되었던 2003년 봄, 여름에만 해도 멤버들이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참고: Big Day Out 2003(1월), Rock Am Ring(6월) 아마 4집 발매 후 장기간의 투어로 인해 많은 피로가 누적되었고, 약물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참고1 참고2)

참고로 Deftones는 가사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데, 그 이유는 Chino가 가사를 쓸 때 주로 멜로디를 듣고, 흥얼거리다가 그에 맞는 단어들과 문장들을 붙여서 쓰기 때문입니다. (참고) Deftones의 디스코그라피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4. 멤버들이 회상하는 Deftones앨범


이제 리스너의 시점을 벗어나 멤버들의 입으로 직접 하는 말을 들어볼 차례입니다. 멤버들은 4집 셀프타이틀 앨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 인터뷰의 약 10분부터 그동안의 앨범을 쫙 되돌아봅니다. Scuzz 라는 인터뷰어가 골수 팬의 입장에서 질문을 하는 것 같아 멤버들이 많은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군요.


20분 15초부터 Scuzz가 "4집을 스스로 평가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Chino와 Abe가 대답을 합니다. 제일 먼저 꺼내는 이야기가 "암흑기의 시작(Beginning of dark days)"입니다. 1집 발매부터 약 10년째 해가 되면서 다들 지치면서(burn out), 멤버들간의 단절이 시작되었고, 그저 "해야하는 일"을 했던 느낌이라고 합니다. 4집은 처음으로 Deftones의 고향인 새크라멘토에서 작업된 앨범이었는데 오히려 뭉치지 못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누구는 작업하고, 누구는 집에 가는 식이었죠. 멤버들간에 인간적으로, 음악적으로 모두 단절된 시기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Stephen은 혼자 LA에 있었고(차로 약 6시간 거리), Chi는 (아마 약물 때문에?) 다른 세계에 가 있었다고 합니다. 베이스를 치다가 잠에 들 정도였으니까요. 심지어 프로듀서가 3번이나 바꼈고, 다른 송라이터에게 도움을 받아야했어서 자신감도 많이 하락했다고 합니다. 


앨범 타이틀을 Deftones라고 지은 것에 대해서도 아이러니하다고 스스로 이야기합니다. Abe는 이에 덧붙여 (셀프타이틀이라면) "이것은 우리의 새로운 탄생이다!"라고 말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가장 이상하고, 어두운 앨범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마지막 곡인 Moana는 드럼 연주가 마무리 되지도 않은 채로 곡이 끝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투어도 끔찍(miserable)했다고 합니다. (위에 첨부했던 TV로 방영된 Bloody Cape의 라이브 영상이 그것을 증명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4집은 그 당시의 어두웠던 순간 순간을 담고 있어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식으로 나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5. 4집 이후의 Deftness - 더 힘든 시기와 극복


명반 White Pony의 그늘에 가리기도 했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요소 때문에 4집 앨범의 실적은 Deftones의 명성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음반사에서 2004년 초부터 새 앨범에 대한 압박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사실 이 앨범만, 수록곡만 각각 따로 떼어놓고 보면 꽤 괜찮은 작품이지만 Deftones에게 거는 기대치에 비하면 약간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 시기에 밴드의 프론트맨 Chino Moreno는 인생 최악의 시기를 겪게 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 Team Sleep 작업과 투어 때문에 5집 작업 도중에 Deftones를 잠시 떠나게 되고, 멤버들과 마찰로 이어집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계속 충돌이 있었던 첫 부인과 결국 이혼하면서, 음악 만드는 재미마저 잃었다고 합니다.(참고1) (참고2)


지칠대로 지친 멤버들은 결국 다함께 휴식을 가지면서 각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Chino의 방황은 약 6개월간의 긴 혼자만의 휴식 끝에 돌아와서 멤버들과 지난 기간을 되돌아보며, 그간 영향받았던 밴드들을 커버하고, B-side 곡들을 작업하며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합니다. 이 때부터 Deftones는 음악을 만들 때 한 곳에서 다같이 상의하며 만들게 됩니다. 

B-Sides and Rarities 앨범에 수록되기도 했던 Deftones가 커버한 Cure - If only tonight we could sleep 2004년 영상입니다. KBS 불후의 명곡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MTV Icon에서 Cure 앞에서 한 라이브인데, Cure 멤버들이 흐뭇하게 바라보네요. 완벽하게 재해석한 음악, 무대 디자인, 고스족 관중 등 흠잡을 구석이 없는 라이브입니다. 



B-Sides and Rarities작업으로 조금 나아지긴 했어도 5집 때도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힘들게 작업했고, 5집 이후엔 심지어 밴드 초기부터 함 하던 베이시스트 Chi Cheng를 교통사고로 잃고, 작업중이던 Eros앨범도 접었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멤버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진지하게 새로운 시작에 대해 결심하게 됩니다. 힘든 시기를 끈질기게 잘 극복해낸 Deftones는 약 10년간 5, 6, 7집 연달아 성공시키며 뉴메탈 밴드 중 가장 멋진 모습으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헤비 뮤직 씬에서 가장 활발하고, 가장 중요한 밴드로 남아있습니다.  

스케이트 보드 타고, 합주하며 놀 동네 친구들이 밴드가 되어 여전히 공연을 솔드 아웃시키고, 좋은 앨범을 꾸준히 내며, 이제 정규 8집 앨범 발매를 앞둔 28년차 밴드가 되었습니다. 소년 만화에나 나올법한 스토리의 주인공인 Deftones가 앞으로도 계속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Deftones의 영원한 베이시스트 Chi Cheng은 안전 벨트를 하지 않아서 크게 부상을 당했고, 결국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Chi를 기리는 마음에서라도 안전벨트를 꼭 합시다! 

사진 출처: 출처: www.buckleupforchi.com



R.I.P. Chi Cheng(1970 - 2013)





by Core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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