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옛날에 커버했던 곡들을 되돌아보고 싶었다. 내가 밴드를 처음 시작했던건 대학교 스쿨밴드였는데, (스터전 이라는 밴드였다) 자작곡 없이 카피만 했다. 지금도 좋아하는 노래를 카피하는건 즐거운 일인데, 그당시에는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카피곡을 고르는데 한계도 있고 그랬다. 그때 카피했던 곡들을 보면.. 참 그때 듣던 음악들이 ㅋㅋ 이모 시대였다. 지금은 손발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옛날에 카피했던 곡들 중 기억에 남는 곡들을 꼽아본다.
Rancid - Bloodclot
나원참... 랜시드를 카피한적도 있었다. 랜시드가 안좋다는게 아니라, 겁내 좋은데, 지금 하고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펑크도 했었구나 하는 생각에 격세지감이 든다. 태어나서 처음 공연 했을때 했던 건데, 지금생각해보면 웃긴것이 합주를 너무 많이 하다가 성대결절에 걸려서 (푸하하) 간신히 했었다.
Thrice - All That's Left
지금은 레전드가 되어버린 쓰라이스가 그렇게 심각한 음악을 하지는 않던 시절 노래인데, 이노래는 지금 들어도 좋다. 그렇게 연습을 많이 했는데... 결국 공연할때 마지막에 코러스 한번 더 반복되는걸 까먹어서 망할 뻔 했다.
Hatebreed - I Will Be Heard
스쿨밴드 시절 카피했던 거의 유일한 하드코어 노래였다. 나는 하드코어를 많이많이 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많이 알았던건 아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많이는 못했다. 학교 축제 때 이걸 했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지금도 이 노래 들어있는 Perseverance 앨범은 최고다.
Silverstein - Smile In Your Sleep
그때는 친구가 추천해서 별 생각없이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모 시대가 낳은 좋은 노래 중 하나인것 같다. 찾아보니 캐나다 팀이었네. 아직까지도 멤버 변동 거의 없이 근성있게 하고있는 팀이다. 지금 Hopeless Records 에 있다가 Rise Records 로 옮겼다. (어???) 오 찾아보니 되게좋다! 옛날에 듣다가 잊어버린 팀이 지금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지 찾아보는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Story of the Year - Stereo
이모 근성가이들 Story of the Year. 요새 다시 검색해보니 당시 이모코어라고 흔히 칭했던 밴드들이 포스트-하드코어 라고 적혀있던데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이모적인 느낌이 상대적으로 빠진 후기작들 중에서 제일 좋은 노래인것 같다. Story of the Year 초창기 (= 전성기...) 무대 퍼포먼스는 굉장했는데, 기타를 돌리는것도 모자라서 돌려차기하고 바닥에 구르고 기타 던지고 스포츠를 방불케 했다 (이 영상에는 아쉽게도 잘 안나왔네. MTV2 Hard Rock Live 라고 되어있는것 유튜브에 있는데 그게 죽인다). 그런 퍼포먼스에 완전 빠져서, 그 수준의 퍼포먼스는 아직도 발끝도 못따라하지만 스쿨밴드 할때도 그랬고 노이지 하면서도 약간의 롤모델 같은 것이었다. 노이지 초창기만 해도 (서울 오기 전) 이팀 커버를 많이 했었다.
작년에 이 팀이 펜타포트에 나왔었는데, 텔레비전에서 녹화 실황을 우연히 보고 '와 이형들이 아직도 있었구나...' 하고 추억돋는 시간을 가졌었다. 옛날같은 가열찬 라이브는 아니었지만. 그럴만도 하다. 10년이 지났으니...
As I Lay Dying - The Darkest Nights
어이없는 일로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어버린 밴드. 그래도 이 노래가 처음으로 카피해본 메탈코어 곡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드럼이 쉬워서...). 지금 들어보니 참 밍숭맹숭한 노래인데.. 그때는 너무 하고싶어서 이거 하자고 막 밀었다. 노이지 에서도 이팀 몇곡 더 커버 했었는데, 그 사건만 없었다면 지금도 베스트인데 정말 안타깝다. 첫 두 앨범은 거의 음악적으로는 시발점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최근작은 엄청났었는데.
Funeral for A Friend - Juneau
인트로부터 시작해서 너무 캐치해서 지금도 가끔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다. 이 노래가 좋았으면 충분히 디깅했을 수도 있었는데, 카피 잘하겠다고 똑같은 노래를 너무 많이 반복청취 하다보니 아예 질려버려서 찾아보지를 않았다. 이 팀도 메인스트림에서 밀려났지만 인디 레이블에서 준수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최근곡 몇개를 체크해보니 별로 저때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좋다.
FInch - What It Is to Burn
나도 이거 했었다. 푸하하
2000년대 중반에 스쿨밴드 했던 사람들 중 아예 모던락이나 가요 아님 쌍팔메탈 한거 아니면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이거 아님 Letters to You?)
저번에 왔을때 갔어야 하는데.. 아마 평일이라서 못갔었지. 완전 동창회 분위기였을듯 하다 ^^ 이번에 재결성 신작 나온것 몇곡을 역시 체크해봤는데, 거 나쁘진 않은데 역시 저 느낌은 아니다. 아저씨 되어서 저런 느낌을 다시 내기가 참 쉽지 않은 모양이다.
Weezer - Beverly Hills
스쿨밴드 현역 끝나고 난 3학년때 일인데, 호주에서 온 교환학생이 (아직도 이름 생각난다 간단해서) 드럼 하고 싶다고 잠깐 들어왔었다. 그 친구를 포함해서 몇명이랑 같이 임시로 팀을 만들어서 위저나 푸파이터스 같이 가벼운 곡 위주로 조촐하게 공연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공연하면 종종 그렇지만 그때는 항상 조촐했다... 친구들도 안와... ㅋㅋ
Deftones - 7 Words
난 사실 드러머가 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보컬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 드러머들이 공연때 장비 짊어지고 다니는 것 보면 잘생각한 것 같다. 동아리 연습실 비었을때 몰래 가서 막 치며 드러머가 못된 아쉬움을 달랬는데... 그러다가 고학년 되어서 소원 풀이로 내가 드러머로 무려 데프톤즈 커버 팀을 만들었었다 (거기 정준형도 있었다). 지금은 뭐 드럼 의자에 일년에 한두번 앉아볼까 말까 하지만..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러다 노이지로 바뀌고 나서 커버했던 팀들이 Lamb of God, August Burns Red, Parkway Drive, Veil of Maya 등등... 요새는 잘 하지 않지만, 카피나 커버는 그 자체에서 많이 배우는 것도 있고 (안하던 것을 해야 하니까), 곡 고르는 과정에서 추천에 따라 새로운 팀도 알게 되고 재미있는 점이 많다.
여러분은 스쿨밴드 해보셨다면 어떤 노래를 카피해 보셨는지요? ^^
By C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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