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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통한 마케팅

음악을 통한 마케팅



              




몇년 전 부터 유튜브에 종종 보이는 로고 중 'Scion A/V' 라는 것이 있다. 특히 메탈이나 하드코어 쪽에서는, Relapse Records 또는 Nuclear Blast 에서 나오는 PV들 중에서시작과 끝에 Scion A/V 라고 뜨거나, 아예 'Scion A/V presents' 라고 하는 싱글이 많이 있었다.


Ex) All Shall Perish - Royal into Exile


뮤직비디오 끝에 나오는 저 Scion A/V 가 나는 무슨 영상 제작하는 업체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Scion A/V =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만든 레이블로서, 북미지역을 대상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의 일환으로 2003년에 설립되었다. [1]


Scion A/V 는 사실 메탈 뿐만이 아니라 힙합, 일렉트로닉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최근의 예로 유명 일렉트로닉 DJ Steve Aoki 와 Armand Van Helden 과의 뮤직비디오 작업이 있다.


Steve Aoki and Armand Van Helden - BRRRAT!


뮤직비디오 작업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도 있다. 최근 유튜브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채널인 VICE 와 콜라보를 통해 다양한 다큐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다.


Young Americans: "What's Your Life Like?"

(이미 도요타는 다국적 기업인것도 같지만, 일본 회사가 미국 젊은이들의 현실을 걱정해주고 있으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이것과 비스무리하게, 우리나라의 자동차회사 기아와 미국 성인 만화채널 Adult Swim 의 콜라보레이션도 있다.Williams Street Records 라는 레이블을 설립하여 2010년부터 <Adult Swim Singles> 라는 시리즈를 내고 있는데, 좀 도요타 따라한것 같긴 하지만.. 내용물이 좋다. Scion A/V 가 audio 와 visual 을 전방위적으로 작업하는데 비해, 이것은 음악에 국한되어 있다. 몇몇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싱글들을 소개한다.


Captain Murphy - Cosplay

(2014년 싱글. Captain Murphy 는 Flying Lotus 로 알려져 있는 Steven Ellison 의 랩퍼로서의 alter-ego 로, Adult Swim 채널의 각종 배경음악을 맡고있기도 하다)


The Tallest Man on Earth - Weather of a Killing Kind

(2011년 싱글. 내가 The Tallest Man on Earth 를 처음 알게 된 노래)


Sleep - The Clarity

(스토너/둠 메탈 레전드 Sleep 의 2014년 싱글. 싱글을 냈다는 것 만으로 기념비적. 10분짜리 노래이므로 인내심 요망)


Mastodon - Deathbound

(Sesame Street 의 동심파괴버전!! Best MV of 2011)



그런데 왜 유독 자동차 회사들이 음악으로 마케팅을 하려는걸까? 개인적으로 추측해보건대 미국은 땅이 넓다보니 자동차는 어렸을 때 부터 친숙한, 이른바 뗄레야 뗄 수 없는 삶의 요소이고, 이것을 쿨한 음악들과 연계시켜 일종의 '쿨한 문화'로서 차를 처음 사는 친구들에게 접근하는 전략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나이가 들다보면 차에대해 아는것도 많아지고, 결혼하고 나면 어차피 패밀리카기 때문에 마케팅보다는 차의 퀄리티와 가격으로 좀더 합리적으로 판단하겠지만,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쿨함'에 잘 끌리는 경향이 있는것을 노린게 아닐까? 실제로 이 프로그램들이 매출에 영향을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것 같다. 또한, 이러한 캠페인은 뮤지션 입장에서도 자기 홍보의 효과가 있고 - 이 음악들은 100% 무료 배포 - 지원금 받아서 싱글하나 내는 거니까 - 서로 윈/윈이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마케팅을 본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첫 차량 구매 연령이 더 높고, 음악의 위상이 하나의 쿨한 문화라기 보다는 그저 BGM 정도로 그치고 있어서 딱히 이런식의 본격적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되지 못하는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마케팅해서 브랜드 이미지 높게하지 않아도 수입차가 너무 비싸니까 다들 욕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현기차 사기 때문이다. 흥


꼭 자동차가 아니라도 다른 업종에서 일종의 '쿨함'을 무기로 마케팅을 펼치는 사례중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스미노프 보드카인데, 글로벌 개더링 (Global Gathering) 같은 대형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이나, 클럽에서의 파티를 꾸준히 후원하면서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술이다 보니, 당연히 노는 곳에 가서 술장사하는 것이 너무 뻔한 것이라 재미있는 사례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마케팅을 통해 보드카가 '러시아 술고래 아저씨들이 추위 이기려고 마시는 독주' 이미지를 탈피하고 쿨한 술의 이미지가 된 것 같다.



            



사실 '쿨한'이미지의 브랜드 마케팅으로 더욱 유명한 것은 반스같은 의류 브랜드나, 레드불이나 몬스터 같은 에너지드링크가 아닐까 싶다. 반스는 Vans Warped Tour 라는 북미지역을 투어하는 락페스티벌로 워낙에 유명하며, 애초에 스케이트보드화 브랜드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케이트->펑크로 브랜딩이 되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후원하면서 쿨한 이미지를 구축했던 레드불 역시 Red Bull Records 라는 레이블을 설립하여 여러 락밴드들이 소속되어 있다. [2] 몬스터 에너지의 경우 Outbreak Tour 라는 Warped Tour 비슷한 페스티벌을 만들어서 합합 EDM 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3] 결국 음악을 통한 마케팅이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닌 것이다. 단지 맨처음 언급한 Scion A/V 나 Adult Swim Singles 의 경우 자동차회사가 그런 마케팅을 한다는 것이 재밌을 따름이다.


짧은 지식에 의하면 뮤직 브랜딩이라고 하여 음악을 이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하는 것은 많이들 하고 있는 것이며, 매장에서 어떤 음악을 까느냐에 따라 매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이런 것은 아주 많이 연구된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는 음악의 소비가 장르적으로 매우 국한적이기는 하지만, 이색적인 (아마 모든 종류의 인디음악이 일반 대중에게는 다 이색적일것이다. 애초에 인디적으로 뭘 한다는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선 이색적인 것이니까) 음악을 통한 재미있는 마케팅을 기업들이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인디밴드 데려다가 CM송 만드는거 말고...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소위 문화 마케팅을 하는 곳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미디어 공룡 CJ E&M 일 것이다. 최근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한 사이 '밸리 록 페스티벌' 같은 큰 페스티벌부터 시작해서 각종 뮤지컬, K-POP 공연 등을 주관하고 있는데 (영화는 말할것도 없고), 위에 열거한 사례들이 어떤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해 음악 등의 문화를 콜라보 내지 후원 형식으로 도입하는데 반해서 CJ E&M 은 아예 문화산업 자체에 기업의 주 분야로서 투자하고 돈을 번다는 것에서 완전히 종류가 다르다고 본다. 아무래도 재밌고 이색적인 또는 실험적인 방향 보다는 당장 돈이 돼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까.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네이버 온스테이지이다. 이 블로그를 볼 정도면 네이버 온스테이지가 뭔지는 다 알텐데, 사실 이건 기획 취지나 방향성 자체가 네이버의 마케팅 전략이라기 보다는, 'EBS 공감' 같이 좋은 인디밴드를 발굴한다는 것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긴 하다. 그래도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인디밴드도 홍보하고, 네이버 이미지 재고의 효과도 없지않은 듯 싶다. 일종의 사회환원사업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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