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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위험?




최근 '미세먼지'라는 키워드가 은근히 많이 보입니다. 저번달 23일에는 올해 처음으로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었습니다. 그 이후 사실상 아무도 신경 안쓰는 분위기지만(!) 미세먼지는 비온 직후를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좋지 못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황사는 봄철에 오는것 아니었나? 싶은데, 봄이 오기도 전에 벌써 하늘이 뿌옇습니다. 그렇다면 황사가 일찍 온것인가? 황사와 미세먼지가 같은건가? 미세먼지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마스크를 써야 하나? 등의 의문점에 대해 다루어보려 합니다.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영어로는 PM10 또는 PM2.5 라고 합니다. (10과 2.5는 아래첨자로 씁니다) 먼지라는 것은 공기중에 떠다니는 작은 알갱이들을 아울러서 말한다고 볼 수 있는데, 미세먼지는 이 먼지 중에서도 특히 아주 가는 것들입니다. PM 은 particulate matter 의 약자입니다. 이것은 고체거나 액체인데, 이렇게 작을 경우 고체건 액체건 별 의미가 없을 정도입니다.


얼마나 그 입자가 작느냐에 따라서 PM10, PM2.5 로 나누게 되는데,


PM10: 지름이 10 마이크로미터 이하

PM2.5: 지름이 2.5 마이크로미터 이하


1 마이크로미터는 백만분의 1 미터 (천분의 1 밀리미터) 니까, 10 마이크로미터면 0.01 밀리미터 입니다. 얼마나 작은지는 아래 그림에 더 잘 나와 있습니다.



위 그림에 따르면, PM10 은 사람 머리카락의 굵기의 대략 1/5 정도 입니다. PM2.5 는 PM10 보다 최소 4배 이상 더 작습니다. 바닷가의 모래도 그려져 있는데, 모래알과는 상대도 안될만큼 작은 입자입니다.


이렇게 입자가 작기 때문에,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황해를 건너와 우리나라를 덮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편의상 PM10 은 미세먼지, PM2.5 는 초미세먼지 라고 부릅니다.



황사는 미세먼지와 다르다


똑같이 중국에서 날라오는 먼지구름이지만, 황사는 미세먼지와는 구분됩니다. 황사는 봄철에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모래폭풍입니다. 겨울철의 건조한 날씨 때문에 중국 고비사막 등지의 모래들이 바짝 말라있다가, 봄철에 강한 바람에 날려오는 것이죠. 황사는 역사적으로도 기록되어 있을 만큼 옛날부터 매년 봄이면 있었던 현상입니다. 황사는 어디까지나 모래가루기 때문에 적당한 마스크만 써도 거의 안마실 수 있고,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시켜주기도 하는 (알칼리성 모래에 의해) 순기능도 있습니다. 물론 피부에 닿으면 안좋습니다.


반면에 미세먼지 바람은 현대에 생겨난 현상이고, 백해무익합니다. 미세먼지의 주 생성 원인은 위 그림에도 써있듯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분진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석탄같은 저급 연료는 태웠을 때 분진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들은 모래보다도 입자가 훨씬 가늘어 가볍기 때문에 마치 자동차 매연이나 담배연기 같이 더 약한 바람에도 쉽게 날려오게 됩니다. 따라서 아직 봄이 되지도 않았는데 날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더 황사와 미세먼지의 차이를 자세히 다룬다면 (ref),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바로 나오는 분진은 PM10 이고, 그보다 작은 PM2.5 는 태우면서 나왔던 가스들이 대기 중에서 햇빛에 의해 반응하면서 생기는 입자들입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건강에 많이 나쁜가? 그렇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952년 12월 런던에서 발생한 스모그 (Great Smog) 는 약 12000명의 사망자 포함 10만명의 사상자를 냈던 대재앙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대기중에 미세먼지가 다량 머물러 있는 상황을 스모그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스모그는 smoke 와 fog 의 합성어로, 화석연료를 때서 생기는 연기가 마치 안개처럼 공기중에 짙게 껴있는 것입니다. 이 연기에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은 미세먼지들, 미세먼지가 포함하고 있는 중금속, 그리고 불완전연소로 의한 각종 유기화합물 정도입니다. 미세먼지 바람에는 이런 것들이 그대로 들어있기 때문에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1952년 런던 스모그 당시의 템즈강. 그리고 그 와중에 아스날 축구경기 진행... 역시 목숨보다 축구가 중요하죠!



미세먼지가 일으킬 수 있는 직접적인 질환들로는 천식, 아토피 등 알러지 관련 질환, 호흡기질환, 안구질환, 그리고 심지어는 기형아 출산까지 다양합니다. PM2.5 의 경우 혈관 내부에 직접 쌓여 혈전을 이루어 혈관을 막을 위험이 있습니다. 암 발병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들어있는 중금속이 폐 속에 쌓여 일으킬 수 있는 각종 만성적인 질병을 생각해본다면 미세먼지는 되도록 마시지 않아야 합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밖에서 마스크 없이 활동하는 것은 줄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PM10 (미세먼지) 과 PM2.5 (초미세먼지) 의 차이


위의 그림에서 보셨듯 PM10 은 머리카락 굵기 1/4 이하의 크기입니다. 미세먼지가 많지 않다면 기관지의 섬모들에 의해 얼추 걸러질 수도 있는 크기인데, PM2.5 의 경우는 전혀 걸러지지 않으므로 마스크를 꼭 써야 합니다. 또한 건강에 미치는 효과도 먼지 입자가 작으면 작을 수록 폐의 더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위의 그림을 참고하세요. (ref) 미세먼지가 아닌것들은 (크기 10 마이크로미터 이상) 코에서 거의 다 걸려서 후두를 넘어가지 못합니다. PM10 의 경우 상기도를 통과하여 입자의 크기에 따라서 세기관지 (bronchioles) 등에 쌓입니다. PM2.5 의 경우 그곳마저 통과해 폐포에 직접 도달하게 됩니다. PM2.5 중에서도 작은 것들은 혈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온몸을 돌아다니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PM10 의 경우 기관지 질환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만 PM2.5 는 더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세먼지 예보


이런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PM10 과 PM2.5 에 대한 관측 및 예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서구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을 시작한것에 비하면 매우 늦지만, 어찌되었거나 이제라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PM1 (1마이크로미터 이하) 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PM2.5 까지만 관측하고 있습니다. 기상청과 한국환경공단에서는 아래와 같이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 관측값 데이터 및 컴퓨터 모델링을 통한 농도 예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시간 (3월 1일 오후 10:30) PM10 과 PM2.5 의 전국 관측소 측정값들. 여기서는 좋음/보통/나쁨/매우나쁨 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그건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내일 저녁 (3월 2일 오후 9시) 의 PM10 예보. 전국이 미세먼지로 뒤덮이겠군요. 기상청 사이트에서 최대 72시간 후 예보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는 입방미터 당 마이크로그램 (㎍/m3) 으로 표시합니다. 1입방미터는 1000리터고, 1마이크로그램은 백만분의 일 그램입니다. 공기 1000리터에 미세먼지 무게가 얼만큼이냐를 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준은:


PM10 기준으로 좋음(0~30 ㎍/m3), 보통 (31~80 ㎍/m3), 나쁨 (81~150 ㎍/m3), 매우나쁨 (151 ㎍/m3 이상)

PM2.5 의 경우 좋음(0~15 ㎍/m3), 보통 (16~50 ㎍/m3), 나쁨 (51~100 ㎍/m3), 매우나쁨 (101 ㎍/m3 이상) 으로 구분합니다. PM2.5 가 더 건강에 나쁘기 때문에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놓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1000리터에 150 ㎍ 이면 매우 조금인 것으로 느껴지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큰가 봅니다. 매우나쁨일 경우 장시간 실외활동을 제한하고, 기침 등의 호흡기질환이 있으신 분은 아예 나가지 않으시는게 좋다고 합니다. (ref)


즉, PM10 기준으로 150 ㎍/m3 이상이면 매우 나쁜것으로, 바로 위의 내일 예보 그림 오른쪽의 범례를 보시면 0~100 은 흰색이고 100~200이 엷은 하늘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내일 우리나라 전역이 엷은 하늘색으로 덮여있으니 내일은 전국이 다 최소 나쁨이네요. 현재 관측 데이터를 보시면 서울 경기 충청 등지는 빨간색 매우나쁨이고, 부산쪽은 아직 미세먼지가 날아오지 않아 좋음 입니다. 내일은 부산도 매우 나쁘시겠습니다. 하핫


이런 공식 데이터와 제대로 연동이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앱으로도 내 위치의 미세조류 농도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iOS: https://itunes.apple.com/kr/app/pm10o-misemeonji-yebo/id791977420?mt=8

안드로이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provision.asiandust&hl=ko



그럼 마스크 쓰면 되나?


https://www.youtube.com/watch?v=PI0ohxEAiwE


(동영상 embed 를 막아놓았네요. KBS 뉴스입니다. 눌러서 한번 보세요)


미세먼지가 매우나쁨이라고 해서 회사나 학교를 안가도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안타깝게도 잠깐이라도 바깥에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마스크를 쓰면 될까? 마스크 쓰기 귀찮은데 숨을 얕게 살살 쉬면 될까? 그건 안될 것 같습니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아무 마스크를 쓰면 되는 것이 아니라, '보건용 마스크'라는 것을 쓰셔야 합니다.


뉴스기사에 따르면 보건용 마스크는 방역등 좀더 전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제품으로 (의약외품) 일반 마스크는 미세먼지가 많이 통과하는데 반해, 보건용 마스크는 20% 정도만 통과한다고 합니다. 80%를 막을 수 있으니 잠깐잠깐 밖에 나가실 때는 보건용 마스크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의 무지 및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든 점을 이용해서 일부 약국이나 마트에서 일반 마스크를 황사용 마스크라고 써붙여놓고 팔고 있는 것인데요, 이 사이트에서 (http://slownews.kr/wiki/37723)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 리스트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미 황사용 마스크를 하나 사셨다면 여기서 맞는지 확인해보세요.


만약 나는 20%의 미세먼지도 싫다! 면 방진마스크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방진마스크는 분진이 많이 발생하며 환기가 원활하지 못한 장소에서의 작업시 착용하는 것으로, 아래 그림과 같이 특수 필터가 달려있습니다. 이거 쓰고 돌아다니면 멋있..겠네요. 이것 쓰면 미세먼지 거의 안마실 수 있습니다.



마스크를 쓸거면 제대로 쓰자


마지막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시, 제대로 착용해야지만 마스크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 마스크 착용법은 여기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2275744g)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유의할 점을 간단히 집어본다면


1. 코와 입을 다 덮어야 한다. (가끔 입만 가리시는 분들 계신데, 코로도 숨 쉬기 때문에 코도 덮으셔야 합니다)

2. 최대한 얼굴과 틈사이가 벌어지지 않게 눌러서 착용한다. 특히 콧등 양옆, 턱 같은데가 잘 뜹니다.

3. 되도록 1회용으로 쓰되 아주 잠깐씩만 써서 아깝다면 두세번을 넘기지 말고 빨아 쓸 생각은 하지 말자.



오늘은 왠지 쿨하기보다는 잔소리같은 포스팅이었습니다. 그래도 건강에 대해서라면 잔소리 좀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담배나 술같은 건 하면서 좋기라도 하지, 미세먼지는 그냥 중국에서 날아와서 어쩔수 없이 마시는건데 그것때문에 건강 나빠지면 기분나쁘잖아요. 다들 건강관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By C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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