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번 글은 동물 다큐멘터리같은 방사형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린 특집을 틀었는데 그 주변의 지형, 날씨, 코끼리, 표범, 사자, 하이애나 다 나오는 식입니다.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노력했습니다.>
저의 대학생활 마지막 봄방학을 이용해서 노스 캐롤라이나의 크리스탈 코스트(Crystal Coast)에 있는 에메랄드 아일(Emerald Isle)로 잠깐 여행을 갔다왔습니다. 졸업 준비 때문에 마음이 분주하고 돈도 아껴야해서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돈 버는게 어려울까? 시간 내는게 어려울까?' 생각해보니 일단 떠나야겠다는 답이 금방 나왔습니다.
여행의 목적은 1. 새로운 곳에 가보기 2. 떠나기, 휴식 3. (가능하다면) 새로운 영감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출발 직전에 노스 캐롤라이나에 에메랄드 빛깔의 해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흥적으로 그 곳으로 떠났습니다.
노스 캐롤라이나는 미국 동부에 중간쯤에 위치한 주입니다. 노스 캐롤라이나가 유명한 것들은
1. 라이트 형제의 고향이자 처음으로 비행기를 날린 곳
지금도 이것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커서 노스 캐롤라이나의 차량 번호판에는 대부분 First in Flight라는 문구가 쓰여있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이 곳의 지형적인 이점이 있습니다. 일단 평지가 굉장히 많습니다. 과거에 목화밭이었던 평원이 굉장히 많아서 비행기 연구를 하기에 아주 적합하죠. 첫 비행은 Kitty Hawk이라는 곳이었는데 제가 갔다온 Emerald Isle과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각종 영어 시험에 자주 나오는 지문입니다 ㅋㅋ) 해변의 모래 언덕에서 첫 비행을 성공하였는데 바다의 강한 바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위인의 탄생에는 열정과 능력 뿐만 아니라 환경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2. 마이클 조던이 대학까지 나온 고향
마이클 조던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아기때부터 자라서 주립 대학교까지 나왔습니다. 마이클 조던은 대학교에서 Dean Smith라는 대학 농구계의 전설적인 감독님을 만나게 됩니다.
노스 캐롤라이나는 흑인이 많은 동네입니다. 대도시있어서이기도 하고, 과거 목화밭에서 노예로 일하던 흑인들의 후예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도착한 날에 CNN에서 미국 대학교 사교클럽에서의 백인/흑인 인종갈등 문제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흑인/백인 인종 갈등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백인들은 "그건 일부일 뿐이다. 대부분 백인들은 흑인들에 대한 차별을 두지 않는다."
흑인들은 "그건 일부일 뿐이다. 우리 흑인들은 평소에 더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라고들 합니다.
한국인들은 흑인과의 갈등이 있긴 했습니다. 영화 Do the right thing(1989년 개봉)에 잘 나오는데 흑인 아저씨들이 한국인을 보며 "야 우리가 게으른거냐? 쟤네가 부지런한거냐?"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의지의 한국인들은 잠을 줄여가며 밤낮으로 열심히 일을 해서 가난을 벗어났지만 흑인들은 그렇지 않았고, 흑인들의 시기와 질투, 한국인들의 매정함 등이 충돌해서 갈등이 있었죠. Ice Cube는 1991년에 Black Korea라는 노래도 냈었습니다.
3. 듀크(Duke), 웨이크 포레스트(Wake Forest),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 대학교(UNC)등 많은 명문 대학교
이 학교들 전부 미국 전역에서 알아주는 명문 대학교들입니다. 특별한 이유나 배경은 잘 모르겠네요..
다시 여행얘기로 돌아와서, 이렇게 생긴 섬으로 떠났습니다. 이번 여행은 일상에서 떠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섬이라는 사실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구글 맵에서 차로 딱 6시간 나옵니다. 오후 3시쯤 출발해서 쉬지 않고 9시쯤 도착했으니 잘 맞네요.
구글 맵 상에서 확대했을 때입니다. 무슨 방파제처럼 섬이 있습니다.
버지니아의 산골을 떠나갑니다. 하늘이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네요.
밤이 되니 영화 Lost Highway가 생각납니다. 앞,뒤로 차가 한대도 없고, 어떠한 불빛 조차 없어서 백미러/사이드미러에 아무것도 안보였습니다. 이런 길에서 운전하다보니 긴장해서 배고픔도 잊고 운전했네요. 이런 곳에서는 무엇보다 야생 동물이 나타나는 것이 제일 두렵습니다. 덕분에 잡생각이 싹 사라져서 좋았습니다.
6시간 운전 끝에 도착해서 Oak Grove Motel이라는 곳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싼 곳으로 고르다보니 왔습니다. 미국의 모텔은 보통 장거리 운전하시는 트럭 운전수들이 하루 잠깐 쉬고 가는 곳입니다.(motor + hotel) 한국에서는 약간 다른 느낌으로 잠깐 쉬고 가는 곳이죠..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 나오는 곳이 미국의 전형적인 모텔입니다. 영화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있지만 2010년대의 미국 모텔도 변한건 거의 없습니다.
제가 이 곳을 선택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 작고 허름한 모텔이지만 이렇게 해변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습니다.
해변으로 내려가기 전에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구름이 많이 낀다고 해서 좀 걱정했었는데 그래도 멋있었네요! 해변 오른쪽에 보시면 사람이 한 명 아주 작게 보이는데 미국 아저씨였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남자들이 주로 고독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이 해변은 영양이 풍부한지 갈매기도 조개 껍질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미국에서 자주 느끼는 건, 여긴 정말 축복받은 땅입니다. 동물도, 식물도 굉장히 크게 잘 자랍니다. 그만큼 땅이 비옥하고, 생존에 방해되는 요소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돌고래도 있었습니다. 해안에서 한 100미터 정도 거리에서 계속 헤엄쳐가고 있었습니다. 확대해서 찍다보니 잘 안나왔는데 실제로는 더 크게 보였습니다. 숨 쉬느라 그런지 계속 수면에 가깝게 들락날락하는데 귀엽습니다.
개도 왔다 갔네요.
일단 섬의 맨 끝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Fort Macon이라는 곳이 나왔는데 황량한게 정말 좋았습니다. 남북 전쟁 때 전략적 요충지라고 하는데 미국 역사는 별로 와닿지가 않네요.
탁 트인 바다에서 돌고래도 보고, 충분히 쉬어서 이제 다시 떠났습니다. 원래는 한 3박4일 여행가려고 했는데 막상 떠나고나니 재충전이 금방 되고 굳이 여기에서 돈쓰면서 있을 필요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바다에 왔으니 시푸드 먹으러 바로 옆 도시 Morehead City의 Cox Restaurant에 갔습니다. 별 생각 없이 갔는데 여름에 시푸드 페스티발도 열리는 동네였습니다. 시푸드 전문점이라 그런지 메뉴가 항상 일정하지 않고, '오늘의 메뉴' 중 하나를 골라야 했습니다. Fisherman's platter를 추천해주었는데 뽀빠이가 먹을법한 시금치와 각종 해물 튀김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에 커피까지 줬는데 $11.95의 착한 가격이었습니다. 백인밖에 없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저 동양인이 혼자 가서 맛있게 먹고왔습니다. 또 가고싶네요!
오다가 듀크 대학에 잠시 들렀습니다. 참 아름다운 학교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서 제대로 못본게 아쉽습니다. 캠퍼스 안에 정원도 있는데 못보고 왔네요. 사람들이 많이들 조깅하고 있었는데 서울 교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조깅하는 것처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조깅하고 있었습니다.
또 장거리 운전해서 가야하는데 다행히 위성 라디오에서 메탈 채널을 찾아서 메탈/하드코어 신나게 듣다 왔습니다. 마침 제가 관심있는 동남아 메탈을 틀어주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태국의 어떤 그라인드 코어 밴드가 정말 대박이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밤에는 이 채널에서 나오는 클래식 펑크/하드코어 들으면서 오다가 속도 경고 먹고 스탠다드 재즈 채널로 바꿨습니다..
아무리 짧은 여행이라도 보고, 느끼는게 많아서인지 1박2일이었지만 꽤나 긴 포스팅이었습니다.
기계도 쉬어가면서 일하는데, 이번 주말엔 맛있는 것도 먹고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by Corejae
http://www.facebook.com/xbluescreenlif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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