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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y

논문 비즈니스 2




CGy라는 이름으로 처음 썼던 포스팅이 '논문 비즈니스 (링크)'였다. 한창 저널 논문을 내기 위해 분투하던 작년 8월에 썼던 글이라, 지금 읽어보니 가시가 돋혀있다. 그때 쓰던 논문이 오랜 수정과 수정과 수정과 제출후 거절과 거절과 리비전을 거쳐 출판이 되었고, 박사 졸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이 저 글의 후속편을 쓰기 적절한 때가 아닌가 한다.


1편에서는 주로 논문 출판 산업이 돌아가는 개략적인 구조와 논문 자체가 지식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편에서는 연구자로서 논문을 쓰는 것이 어떤 행위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저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논문 출판의 프로세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좋은 논문을 쓰는 법에 대해서는 이미 책으로 나온 것만 수십권은 될 것이고 훌륭한 교수님들이 작성하신 좋은 문서들이 존재하므로, 여기서는 그런 주제 넘는 짓 보다는 "연구자들이 왜 그런 (몇명 읽지도 않을 논문을 쓰는) 짓을 하며, 대체 그건 얼마나 힘든 걸까?" 에 대한 답을 해보려고 한다.



실적, 기여, 소통


논문을 출판하는 가장 일차적 목적은 당연히 실적이다. 어떤 연구자 또는 박사학위를 갓 딴 사람이 있을 때, 이 사람을 평가하는 아주 편리하고 정량적인 도구로서 그 사람이 논문을 몇 편 냈는지를 비교한다. 기업 연구소의 연구원이라면 논문을 많이 내는 것 보다는 회사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게 직업이므로 예외가 되겠지만, 학교 또는 국립(출연)연구소 에서는 연구자의 능력을 짐작하는데 논문 편수를 사용한다. 따라서 논문 실적은 취직에도 중요하고, 취직 후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도 계속 중요하다. 1편에서 임팩트 팩터 (impact factor, IF) 라는 점수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는데, IF도 실적을 비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실 이것은 매우 주객이 전도된 말이다. 논문이 단순히 실적을 쌓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고, 역시 1편에서 언급한 데이터-정보-지식-지혜 (DIKW) 피라미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것이다. 실적을 위해서만 논문을 쓴다면 그건 마치 인생을 돈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낸 논문들이 나를 평가하는 수단이 되는 것은 맞고, 그것이 모든 연구자들을 괴롭고 X줄타게 하지만, 어쨌든 논문을 쓰는 데는 더 본질적인 목적이 있다.



DIKW 피라미드: 데이터로부터 정보가 도출되고, 정보가 모여 지식이 되고, 지식이 정제되면 지혜가 된다는 것을 함축하는 도식.


논문은 학계와 사회에 연구자가 기여할 수 있는 아주 정제된 수단이다. 연구자들은 국가 또는 어떤 공익 재단에서 연구비를 받는 경우 연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이런 곳들은 국가 과학기술 발전, 가끔은 더 나아가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자들에게 돈을 준다. 산업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국가부처들의 R&D 예산이 이런 곳에 사용되고, 한국연구재단(http://www.nrf.re.kr/)도 다양한 연구과제 공모를 통해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결과를 일단 보고서의 형태로 연구비를 준 기관에 제출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가 공무원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른 연구자들이나 발명가, 엔지니어들이 그 결과를 보고 도움을 얻게 하는 것이 이런 공익 연구과제의 목적이다. (회사 연구소의 경우 회사 돈으로 연구를 하므로 연구결과를 영업비밀로 가지고 있거나 특허의 형태로 보고해서 독점권을 얻으므로 예외) 그 목적을 달성하게 해주는 것이 논문이다. 그 분야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다. 그리고 논문 마지막에 연구비 제공 기관에 대한 감사의 글(Acknowledgment)을 한줄 넣는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의무지, 근본적인 동기는 아니다. 연구자 중에서 논문 마지막에 연구비 제공 기관에 대한 감사의 글을 적으며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예외적으로, 미국국립보건원(NIH) 같이 연구비를 따기 아주 어려운 곳에서 연구비를 땄다면 '내가 이런 곳의 연구비를 땄다니' 하는 감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대단한 일), 역시 그것도 하나의 성취이지 궁극적인 목적은 아닐 것이라 감히 말해본다.


논문은 연구자가 다른 연구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다. 엄밀성을 (사기를 치고 있지 않는가?) 매우 따지는 학계에서는 단순히 말이나 이메일 같은 캐주얼한 커뮤니케이션은 쳐주지 않는다. 본인이 참고로 삼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근거로 무엇을 주장하기는 힘든것이다. 내가 A라는 사람의 발견을 근거해서 논리를 전개하고 싶다면, A가 그 발견을 논문 또는 최소 학술대회에서는 발표했어야 하고 그것이 문서화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내가 다른 연구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그것을 논문으로 내는 것이 가장 묵직한 방법이다.


금전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무언가를 알아냈는데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고 혼자서만 알고 있길 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어디서 뭐 대단치도 않은걸 줏어듣고서는 그걸 SNS나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랑하고 싶은게 사람이다. 하물며 연구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은 오죽할까? 내가 알아낸 것들을 최소한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기여), 다른 연구자가 그것을 참고하고 (인용=실적), 때로는 피드백을 받거나 의견을 주고받고 (소통), 그러다 보면 다른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고, 그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파볼 수도 있고. 그런것이 논문을 쓰고, 이왕 쓸거 잘 쓰려고 하는 가장 내면적인 이유가 아닐까 한다.



음악도 그런 것 같다. 말이야 이렇게 하지만 진짜 그저 돈 때문에 하는 음악이면 노엘 형이 뭐한다고 아직도 솔로 활동 하고 있을까? 그냥 X같은 티셔츠나 팔면서 집에서 술이나 먹지. ㅋㅋ



작성, 거절, 수락


논문을 쓰는것은 말로 하면 참 쉬워보인다. 왜 이런 연구를 했는지 쓰고 (Introduction), 어떻게 했는지 쓰고 (Experimental), 무슨 결과가 나왔는지 쓰고 (Results),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쓰고 (Discussion), 요약 좀 하고 앞으로는 뭘 연구하면 좋겠다 쓰면 (Conclusions) 끝이다. '논문 작성 나도 할 수 있다!' 이런 책들 보면 논문은 너무나도 형식화 되어 있는, 즉 규칙이 있는 글쓰기라 기계적으로 그냥 하면 될것만 같다. 그래서 실험이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고, 특히나 이미 경험치가 쌓인 분들의 '하루에 한두시간씩 꾸준히 쓰면 돼~' 같은 팁(?)이 그런 경향을 더 심화시킨다. 하지만 논문을 쓰고 (여기까진 쉬울 지도 모른다) 출판하는 것(!!!)은 결코 쉽게 봐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렇다. 논문을 내기가 어려운 것은, 내가 그냥 쓴 것을 배설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편집장(editor)과 심사자(reviewer)들의 상호 심사과정을 (peer review)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적당히 써서 페북에 올리면 편하고 좋겠지만, 피어리뷰를 통과해서 학술지에 실리지 못한 논문은 별로 신뢰받지 못한다. 내용에 거짓말이나 사기가 없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므로 실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흔히 권위있는 학술지라고 불리는 것들은 피어리뷰도 더 까다롭다.


논문을 작성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은 내가 어느정도 레벨의 학술지를 노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내가 더 권위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내길 원한다면 당연히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자할 생각을 해야 한다 (논문 한 편 내는데 5년이 걸릴 수도 있다). 권위있는 학술지일 수록 논문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학술지에 내길 원하는 경쟁자가 더 많으니까. 분야에 따른 차이로는, 새로운 결과가 빨리빨리 나오는 응용과학 분야라면 논문 분량도 좀 짧고, 분위기도 글의 완벽함이나 데이터의 엄밀함 보다는 결과 자체를 중시하므로 상대적으로 논문 작성에 시간과 노력이 적게 투자되는 편이다. 반면에 순수과학 쪽의 (이를테면 생명,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는) 분야의 경우, 데이터를 얻는 것 자체도 어렵고 시간이 많이 필요할 수 있고, 결과와 논문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학자적 분위기가 강해서 더 오래걸리는 편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분야에 따른 차이보다는 학술지 권위에 따른 영향이 대체적으로 더 큰 것 같다. 특히나, 학술지의 수준이 높아질 수록 응용과학/순수과학의 경계가 흐려지는 편이라 (단순한 응용 실험으로는 받아주지 않고, 과학적인 증명을 요구한다던지), 어느 분야든 최고 수준의 학술지를 노린다면 몇 년 걸리는 것이다. 논문을 내기 어려운 분야라고 하더라도, 몇몇 학술지 자체가 아예 몇 개 없는 분야들을 제외하면, 수월하게 낼 수 있는 학술지 옵션이 존재한다. 다만 그런데 내봤자 별로 알아주지 않을 뿐......



조금 과장된 것 같지만, 내가 쓴 논문을 투고할 때는 이런 기분이 든다. 열심히 준비했을 수록 더 이렇다.


우여곡절 끝에 논문을 작성해서 투고한 후에는, 언제든 거절(reject)당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논문 심사의 1차 관문은 편집장(에디터)인데, 에디터는 학술지에 투고되는 수많은 논문들을 거른다. 투고된 논문이 학술지의 주제에 맞는지, 제출 형식은 잘 맞추었는지, 엉망진창은 아닌지 (제목에 오타가 있다거나) 개략적으로 읽고 판단한다고 한다. 눈을 잡아끄는 아주 재밌어 보이는 논문이 아닌 이상 당연히 자세히 읽어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에디터가 본업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권위있는 교수님 같은 분이 짬을 내서 수행하는 것이다) 좀 억울하게 거절당할 수도 있다. 여기에 반박을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학술지에서 에디터의 거절 권한은 야구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 권한 수준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에디터 관문을 통과한 논문은 본격적인 피어리뷰에 들어간다. 각 학술지에는 선정된 리뷰어들이 있는데, 그 리스트에 없는 사람이라도 내가 내 논문을 심사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 논문을 누가 심사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일절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신정한 사람이 심사를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리뷰어들은 논문을 면밀히 읽어보고 논리적 결함이 없는지, 실험을 과학적으로 수행했는지, 글쓰기에 실수나 미흡함이 없는지, 타논문 인용은 적절하게 했는지, 학계에 도움이 될 새로운 결과인지 등을 평가한다. 리뷰어 역시 본업이 아니라 명예직인데 (돈도 안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논문의 출판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영예 내지 의무로 생각하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


리뷰어는 자기가 심사한 논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수락 (accept, 바로 출판), 수정요망 (revision, 조건부 출판), 거절 (reject.....). 에디터는 수락 또는 거절 판정만 내린다. 리뷰어는 에디터와 다르게 저자에게 특정한 부분들을 어떻게 수정해달라고 요청하거나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단박에 거절을 내릴 정도로 못쓰진 않았는데, 지금 상태로 출판하기엔 미흡한 어중간한 상태일 때 이 리비전이 뜨는 것이다. 보통 거절 아니면 리비전이 뜨지 한방에 수락은 잘 안된다. 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논문을 잘썼다고 하더라도, 리뷰어는 나와 연구분야가 다소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해서 질문을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지적하거나).


리비전은 메이저 리비전과 마이너 리비전으로 나눌 수 있다. 판정에 대한 명칭 또는 규정은 학술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보통 메이저 리비전은 논문에서 문제되는 부분이 중대해서, 리뷰어의 요구대로 수정한 후 검사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 추가실험이나 재실험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리비전에는 시간 제한이 있기 때문에 메이저 리비전이 뜨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마이너 리비전은 대수롭지는 않지만 리뷰어가 의심나는 부분이 있다거나, 어떤 부분의 설명이 약간 더 보강되었으면 하는 등 추가실험까지는 필요없는 수정이 필요할 때이다. 성실하게 답변하고 요구사항을 반영해주면 에디터 선에서 확인하고 리뷰어가 다시 보지는 않는다고 한다. (ref)


리뷰어의 요구사항에 답변할 준비가 끝났다면, 답변을 (response letter) 써야 한다. 이것도 일종의 정형화된 글쓰기인데, 리뷰어의 코멘트들을 한개씩 번호를 달아서 답변하고, 본문의 어디를 고쳤다면 "몇 페이지 몇 번 줄을 어떻게 고쳤습니다" 하고 알려주는 것이다. 논문 자체를 쓸 때 만큼 힘들지는 않지만, 끝까지 집중해야 하는 작업이다. 답변에 에디터와 리뷰어가 만족한다면 수락이지만, 만족하지 않는 다면 또 리비전을 줄 수도 있다. 메이저 리비전일 때 이런데 걸릴 수 있다. 리비전 횟수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리비전이 무한 반복된다면 어느 순간 거절을 받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저자는 분노하는 것이다. 특히나 리뷰어가 전혀 엉뚱한 포인트를 물고 늘어졌다면.



산 넘어 산...


리뷰어까지 통과하고 나면 이제 안심이다. 하지만 한가지 일이 더 남아있다. 교정 (proofreading) 작업이 남아있다. 보통 이 지점까지의 논문의 레이아웃은 학술지에 따라 매우 다르지만, 오래된 저널의 경우 글자크기 12px, 줄간격 2줄, 폰트 Times New Roman 같은 다소 고루한 형식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고, RSC (Royal Society of Chemistry) 나 ACS (American Chemical Society) 같은 학회에서 운영하는 학술지들은 워드 템플릿 파일을 제공한다. 수학이나 전산 쪽의 수식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의 경우 LaTeX 같은 시스템을 이용해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문서 작성을 위해 코딩을 하는... 한글 수식 입력기 비스무리한... 그런게 있다). 아무튼, 리뷰어와 나 사이에 왔다갔다 했던 논문은, 학술지 직원들에 의해 최종 출판 형식으로 변환된다. 이 변환과정에서 오타나 원치않는 변경이 생길 수 있고, 아직까지 아무도 발견 못한 오타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저자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체크하는 과정이다.



짜잔~!


그 과정이 끝나고 나면 논문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구독자들은 내려받아서 볼 수 있다. 이제 소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담: 미래의 논문 비즈니스


이러한 모든 절차들은 인터넷의 도움으로 많이 빨라지고 편리해지긴 했으나 (옛날엔 정말 타자기로 치거나 손으로 쓴 논문을 우편으로 주고받았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구시대의 출판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다. 나만 해도 실험 데이터가 거의 다 준비되고 난 후에 논문 작성 및 출판만 일년 가까이 걸린 적이 있다. 내가 게을렀던 탓도 있지만, 설령 아무리 부지런하다고 한들, 리젝을 당해서 다른 학술지에 낸다거나, 리뷰어가 빨리 안봐준다거나 하는 어쩔 수 없는 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논문 작성을 다 했는데도 출판에 일년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논문들의 퀄리티 및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더욱 빨라져만 가는 과학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컴퓨터 공학 같은 굉장히 빨리 발전하는 분야의 경우, 학술지 논문 보다는 유명한 학회에서 발표하는 것을 더 인정해 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혹자는 일반적인 학술지에 대해서도 다른 모델을 제시하기도 한다. 종래의 선 심사 후 출판 방식을 뒤집어서, 선 출판 후 심사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선정된 심사관이 대외비로 심사하는 형태가 아니라, 독자들이 직접 평가하는 (open peer review)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ref). 이 사람의 말에 따르면, "The current system of scientific publishing provides only journal prestige as an indication of the quality of new papers and relies on a non-transparent and noisy pre-publication peer-review process, which delays publication by many months on average (현재의 학술지 출판 시스템은 새 논문의 질에 대한 평가를 전적으로 학술지의 권위에 좌우되게 만들며, 불투명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데다 평균적으로 수 개월이 걸리는 출판 전 심사 과정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단 출판부터 시키고, 싫어요 갯수 많은 논문은 삭제하자는 걸까? 물론 저 논문에서는 어떤 합리적인 방식을 제시하는 것 같은데, 내가 읽어보지를 못하겠다...


The future peer review system - fncom-06-00079-g003


미래의 학술지 모델 (maybe)


사실 이런 새로운 개념의 학술지 비슷한 것(?)이 존재하는데, arXiv (http://arxiv.org/) 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학술지라기 보다는 공식 출판 되기 전의 논문들을 공개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코넬 대학교 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arXiv는, 물리학, 수학, 전산 등의 주로 계산이라거나 이론에 관한 논문들이 주로 올라와 있는 곳이다. 분야가 달라서 내가 이용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피상적으로 아는대로만 설명하면, 저자는 자기 논문을 자유롭게 업로드할 수 있는데, 여기에 업로드한 후 진짜 학술지에 투고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애초에 심사 과정에서 논문을 따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arXiv 링크를 보내주면 되는 모양이다. 학술지에 출판이 되던 안되던 arXiv 에는 남아있고, 영원히 무료로 볼 수 있다 (Open access).



처음에 미국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에서 구축되었다는 이 데이터베이스는 현재 코넬 대학교 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arXiv 에는 별도의 심사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위키의 설명에 따르면, 업로드된 논문들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다고는 하나, 논문의 분야가 잘못 표시되어 있다고 생각될 때 카테고리를 옮겨주는 것 정도 이상의 관여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사 과정이 없기 때문에 내용의 진위가 의심되는 논문도 "아주 가끔" 발견된다고 하는데, 그것들을 삭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위의 모델에서 제시한 유저들의 평가 시스템 같은 것은 없는 것 같지만, 우선 최신 연구 결과를 빨리 공유할 수 있고, 논문 비즈니스 1편에서 언급했던 Open access 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에서 매우 좋은 곳이다. 논문 실적에 연연하지 않는 (그럴 필요가 없던 상황이었을지도) 쿨한 연구자가 엄청난 논문을 여기다 올려버리고 다른 학술지에 내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 논문으로 필즈상 (수학계의 노벨상 같은거)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 너무 쿨한 나머지 그것도 거절했다고 한다. 위에서 설명한 엄격한 심사과정 없이도 퀄리티는 적당히 유지되고 있나 보다.


분야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논문 비즈니스도 서서히 진보하고 있는 것 같다. 논문 비즈니스를 걱정하기 전에 내 논문이나 일단 잘 마무리 짓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Reference

http://bluescreenlife.tistory.com/entry/%EB%85%BC%EB%AC%B8-%EB%B9%84%EC%A6%88%EB%8B%88%EC%8A%A4

http://www.nrf.re.kr

http://academia.stackexchange.com/questions/3531/what-does-a-major-revision-mean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ncom.2012.00079/abstract

http://arxiv.org




By C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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