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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 O.N.O

우도에서 이레네씨를 만나다

우도에서 이레네씨를 만나다.


스웨덴 이주 후 한국으로 가는 길은 항상 기대와 함께 새로운 것을 찾는 즐거움이 공존한다. 가족, 옛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당연히 즐겁지만, 사실은 스웨덴 이주 후 한국에 안가봤던 곳을 더 많이 가기 시작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전라도 지방이나 강원도 지역은 몇년 전 Mrs. Lee와 맛집 전국 투어때 처음으로 가봤고, 특히 제주도는 한국 방문때마다 계속 찾게 되는 곳이 되었다. 해외 여러 많은 나라를 다녀본 편이지만, 한국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여러 모습들은 "왜 한국에 살땐 못갔었지?"라며 자문자책한다. 물론 아름다운 곳들, 멋진 곳들, 맛집들을 가진 곳이 전국 방방곡곡 존재하지만, 제주도는 정말 나이들면 여기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와 다른 곳에선 느낄 수 없는 전체적인 아우라에 빠져들었다.


이번 여행에선 제주도를 대표하는 여러 장소및 음식등 역시 다 좋았지만, 더욱 더 의미가 있었던 여행으로 기억되는 것은 "인간미" 넘치는 감동의 주인공과 함께 짧지만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였다.


인간극장 - 칠레에서 온 내 친구 이레네 편 (Youtube)


이 모든 것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칠레 여성, 이레네와 그녀의 두 딸이 제주도 옆 섬, 우도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관심있게 본 후 시작되었다. 이야기는 한국인 손미경씨가 29년전 맨손으로 칠레 생활을 시작하게되면서, 생업을 돌보느라 가사의 시간을 쓸 수 없어, 가정부였던 이레네씨를 만나게 되었고 6년전 남편과 사별 후 한국에 귀국전 까지 이레네씨와 함께 하였는데, 그런데 2011년 이레네씨가 이혼을 하고 두딸과 어렵게 산다는 소식을 접해들은 손미경씨는 망설임없이 손을 내밀었고, 본인의 아이들을 이레네씨가 봐줬던 것처럼, 손미경씨가 이레네씨와 두 어린 딸들을 돌봐주겠노라고 결심하여 초청을 했던 것. 그래서 한국에서 가장 멀리있는 나라인 지구 반대쪽 칠레와 한국 두 사람의 시스터후드는 이렇게 완성되었고, 손미경씨는 이레네씨의 자립을 위해 2012년 초부터 칠레의 만두인 엠빠나다를 판매 시작하게 되었다. (*엠빠나다, Empanada는 사실 아랍의 음식이 스페인, 포루투갈에 전해지게 되면서 만들어진 스페인 음식으로, 그 것이 남아메리카 식민지 시절 스페인에서 남미로 연향을 끼친 것이라고 한다.)


엠빠나다 (출처 : 구글)


제주도행과 함께, 이레네씨를 볼 수 있을 지 그리고 이 멋진 스토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만든 맛난 엠빠나다를 맛볼 수 있을 지 긴장 아닌 긴장은 어느순간 시작되었다.




제주도에서 우도로 들어가는 배위에서 찍은 사진들


우도에서 그녀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도항에서 내려 자전거로 5분거리에 있는 이레네씨의 이 트럭을 개조한 조그만 비즈니스 장소를 찾았다. 방송에서 봤던 것과 최근에 다녀온 분들이 남겨놓은 리뷰들을 봤을때, 해변가 근처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해변가 부근에 주차장 앞에서 영업을 하고 계셨다. 우도항에 내려 주변 상인들에 물어봤을때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정도로 이미 우도의 유명인사가 되었음을 또한 실감할 수 있었다. 연예인을 만나는 것 마냥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이레네씨와의 인터뷰는 사실 동행했던 절친 스페인 친구인 까를로스가 없었으면 이뤄질 수 없었다. 


긴 이야기를 나눴지만, 요약하여 정리한 그녀와의 문답은 아래와 같다. 한국어를 조금은 하시지만 클리어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영어에서 까를로스의 스페인어로, 그렇게 이야기를 나눴다. 가끔 도와준다는 아이들 소피아와 발렌티나는 요즘 학교 생활이 바빠 뜸하다고 했다. 결국 아이들은 만나지 못했다.






이레네씨와 까를로스


KY O.N.O : 우선 호칭을 어떻게 해야할지요? 사람들이 아줌마라고 부르나요? 아님 이레네라고 하나요?

이레네 : ㅎㅎㅎㅎ 아줌마 싫어요. 이레네라고 불러주세요.


KY O.N.O : 한국에 오신 지 꾀 되어가는데 한국과 칠레의 차이점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레네 : 한국에서 좋은 분들도 많고 정이 많은 한국 사람들때문에 그렇게 문화적인 차이를 느끼진 못하지만, 칠레에서는 생각해볼 수 없는 한국에서의 의료 서비스는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2012년 인간극장 당시 까지만해도 몸이 안좋았다.)


KY O.N.O : 칠레 사시다가 이렇게 먼 한국까지 오시게 되었는데, 이주의 가장 큰 결정적 이유는 무었이었나요?

이레네 : 아이들이 가장 큰 이유에요. 아이들이 좀 더 낳은 환경에서 살기를 원해서 오게되었습니다. 


KY O.N.O : 한국에서 음식 안맞는 것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레네 : 칠레에서 있을때 가정부생활할때부터 이미 한국 음식을 먹었기에 한국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는데, 아직도 못 먹는 음식 하나가 있어요...그게 뭐더라....고기 먹을때 나오는 면 같은 것. 냉면, 냉면은 못먹어요.


왼쪽부터, 이레네씨 소피아, 발렌티나 그리고 손미경씨 (사진 출처 : 한겨례 뉴스)


KY O.N.O : 큰 아이 발렌티나가 4학년인데요, 제가 일기론 우도에는 중학교가 없다고 들었는데요, 우도를 떠나시게 되는 건가요? 졸업하면?

이레네 : 떠날 것 같아요, 좀 더 큰 도시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떠날 것 같아요. 제주도가 될 지 더 큰 도시가 될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KY O.N.O : 아이들이 크면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는지요?

이레네 : 큰 아이같은 경우는 처음 1년 정도는 힘들어 했는데, 요즘은 수학도 잘하고 적응을 잘하고 있어요. 크면 회사원이나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저씨가 많이 도움을 주고 있어서 도움이 되고 있어요.

KY O.N.O : 아저씨요?

이레네 : 예,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KY O.N.O : 한국 분인가요?

이레네 : 예, 작년부터 사귀기 시작했고, 너무 잘 해주세요. 나이스 가이에요. 


이레네씨와 동향인 칠레에서 온 관광객들


KY O.N.O : 아이들 그러면 한국어, 스페인어 둘 다 잘하겠네요 요즘?

이레네 :정말로 한국말은 잘하고, 상대적으로 스페인어 단어를 많이 까먹고 있는 것 같아요 ㅋㅋㅋ 아 최근 큰 딸 발렌티나는 영어도 시작했어요.

KY O.N.O : 나중에 크면 무역 비즈니스하면 양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겠네요.

이레네 : 예, 본인이 흥미가 있다면요.


KY O.N.O : 아이들이 칠레를 그리워한다거나 칠레로 돌아갈 생각은 안하고 계신가요?

이레네 : 아직까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아이들을 위해선 한국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비자 문제가 있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단기 체류만이 가능한 비자지만 현재 수속 중에 있다고 하였다.)


이레네씨도 이레네씨지만 까를로스도 이레네씨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었다.


KY O.N.O : 이레네씨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이레네 : 가족입니다. 제 딸들이 가장 중요하고 잘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눴고, 30여년 가까이된 한국 여성과 칠레 여성의 우정, 그리고 이레네씨의 모성애가 느껴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받았고 따듯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가족 이야기에서는 생각의 겨를 없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까를로스도 나도 모두 뭉클해져서 잠시 말을 잊지 못했었다. 이렇게 제주도에서도 떨어진 이 조그만 섬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이 가족 이야기, 그리고 감동의 스토리는 그녀가 만들어 준 엠빠나다만큼이나 이번 한국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따듯한 시간이었다. 몇년 후 다시 이레네씨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지금도 물론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훨씬 더 행복한 그녀와 가족이 되어있기를 희망한다.


이레네씨와 까를로스




By KY 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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